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에 이어 한진칼도 이사회를 열어 경영쇄신안을 내놓으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양측이 주주총회에서 내놓을 경영쇄신안 카드의 윤곽이 잡혔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호텔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및 호텔·레저 등 비주력사업 정리,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방안을 담은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14일까지 내놓을 주주제안에서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및 배당확대, 자사주 매각 등 주주친화정책 등을 담을 것으로 점쳐진다.
소수인 대주주와 달리 수많은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소액주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여론전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한진그룹 경영권을 잡는 것이 적합하다는 이유를 서로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이 경영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연합은 이번 주총 대결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주주 사이의 대결로 봐주길 원하고 있다.
‘사익’을 얻기 위해 한진그룹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 한진그룹의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을 원하는 주주들이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과 실적 악화 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조원태 회장 등 현재 한진그룹 경영진들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를 붙여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KCGI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진그룹 오너일가 전체를 겨냥해 ‘무능하다’는 표현을 써왔지만 현재는 그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만큼 오너일가 전체보다는 조원태 회장이 포함된 현직 한진그룹 경영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연합은 현재 주주제안을 통해 후보에 올릴 전문경영인을 추천받고 물색하고 있다. KCGI가 요구해오던 유휴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방안 등보다 현재 그룹 경영진의 능력을 겨냥한 모양새다.
대한항공 이사회를 앞두고 KCGI가 “뒤늦게 내놓은 경영개선 방안은 진정성과 신뢰성이 없으며 그들의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어떤 대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조원태 회장측은 이번 주주총회의 표대결을 ‘외부세력의 경영권 침탈’과 ‘내부세력의 경영권 방어’라는 틀로 규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 체제를 지지한다고 내놓은 성명서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안타깝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부세력이 국적항공사인 한진그룹을 흔들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 및 그룹 임직원들의 결집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한항공 자가보험, 대한항공 사우회,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 등 직원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8%가량으로 주주총회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데다 조원태 회장체제를 지지하는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을 ‘외부의 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KCGI-반도건설이라는 이질적 조합인 연합세력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경영쇄신안을 통해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충분히 진행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연합세력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라는 명분을 약화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영쇄신안에 구체적 추진계획을 담은 송현동 부지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왕산레저개발 등 유휴자산 및 비주력사업 매각방안을 내놓은 것은 호텔·레저사업에 이해관계가 다른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틈을 벌려 놓으려는 카드로도 보인다.
호텔·레저사업은 KCGI가 오래동안 정리를 요구해온 것과 달리 조현아 전 부사장은 큰 애착을 지니고 있던 사업이다. 반도건설 역시 한진그룹의 유휴자산을 사들이거나 공동개발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노릴 수 있었던 만큼 KCGI와 이해관계가 사뭇 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그동안 서로 견제구만 날리던 상황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진검승부를 벌일 시기가 됐다”며 “아직 마음을 굳히지 않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 잡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