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장관 등 정부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총리를 내려놨으나 어깨는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 승리를 챙기면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의 승리까지 이끌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1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임명되면서 이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3개월 남은 올해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바로 정치행보를 이어간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1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공식적으로 당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은 이 전 총리가 총리라는 후광 없이 유력 대선주자의 자리를 이어 갈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이 전 총리는 이미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주말 대리인을 통해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아파트 30평대에 전셋집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비례대표로 비교적 무난하게 국회로 복귀하기보다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상징성 있는 지역구에 직접 출마하는 험로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전 총리에게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도 맡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환송식을 마친 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가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고 당에서 뭔가 계획을 하지 않겠나”라며 “내일 당장 오전 9시까지 당사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백수다운 백수가 되나 했더니 그것도 못하게 한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전 총리가 지역구 출마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함께 맡는다면 지역구 선거운동을 하면서 전국 단위 당 선거지휘도 병행해야 한다.
이 총리에게 지역구 승리와 당의 선거 승리는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앞으로 정치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험이 이 전 총리가 경계해야 할 사례로 꼽힌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지역 유세에 치중하다 지역구인 종로에서 정 총리에게 패배한 뒤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 전 총리도 지역구 승리를 챙기면서 당의 승리에도 기여하는 역할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이 전 총리의 성격과 다음 대선주자의 희생을 피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지역구를 다지는데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총리가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자는 지역구 내에 주소지가 필요 없음에도 굳이 종로구 내 전셋집을 얻은 것도 지역구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전셋집을 얻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아파트의 위치가 종로구인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전 총리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되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이 구성되면 이 전 총리의 전국 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김부겸 의원, 김영춘 의원이 각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