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약물인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20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허가로 2016년 하루 1회 주사 당뇨약인 ‘빅토자’와 2017년 주 1회 당뇨약 ‘오젬픽’에 이어 경구용 당뇨 치료제까지 두루 확보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노보노디스크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당뇨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이 중요한 당뇨병 치료제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사장으로서는 경쟁약물들의 예상보다 빠른 허가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월한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사제형에서도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경쟁약물과 차별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한다면 출시된다고 해도 경쟁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임상 진행이 늦어지거나 이미 시판된 경쟁약물에 비해 우월한 임상 데이터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사장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약물과 비교임상에서 우월한 임상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현재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3상 5건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이전했다.
경쟁약물 ‘트루리시티’와 비교임상을 포함해 위약과 비교 임상, 심혈관 위험 검증을 위한 임상, 기존 약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등이다.
5건의 임상3상에 참여하는 환자만 6400여 명에 이르는데 한미약품이 진행하는 임상시험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미약품과 사노피는 2021년 상반기까지 임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미약품이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약한 환자의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체중, 체질량지수, 허리둘레와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사장은 임상3상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월 1회 주사제로서 효능을 높여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돼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가 늘어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투여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늘려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월 1회 주사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경쟁약물들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권 사장이 한미약품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치료제다.
시장 조사기관 미국 GBI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당뇨병 치료제시장은 708억 달러(약 84조 원)규모다. 2020년 1623억 달러(약 1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권 사장은 201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라고 한다면 연간 조 단위 매출은 돼야 한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