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위)이 21일 지역 원자력본부장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빛1호기 사태로 원전 안전의 시험대에 섰다.
정 사장은 소통 강화에 나서며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원전의 안전성 자체는 문제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부정적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2일
정재훈 사장은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원자력 연차대회'에서 “한빛1호기 사고를 딛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겠다”며 “한국에서 만든 원자력 발전소가 가장 안전하게 운영된다는 확신이 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한빛1호기 사태를 놓고 부정적 여론을 달래기 위해 직접 나서 적극적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 화상회의를 열어 지역별 원자력본부장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빈틈없는 안전운영을 강조했다. 또 기자들을 만나 원인과 대응계획을 설명했다.
이후 정 사장은 울진 한울원전본부로 이동해 위축돼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발전팀장 중심으로 힘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일도 차분히 대응해서 역전의 기회로 삼는 성숙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철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이번 사태를 오히려 신뢰회복의 기회로 삼으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20일 “언제 어떤 경우에도 기본정보와 있었던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능한 개선조치부터 우선 시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에도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그는 답글에서 “원전 운영내용은 감춰서도 감출수도 없다”며 “잠시 실수할 수는 있으나 그걸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도 말하기도 했다.
실수한 점은 있지만 오히려 방어시스템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 사장은 그동안 원전 안전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올해 신년사에서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 사장은 2월 열린 신고리4호기 최초 연료 장전행사에서는 “안전을 넘어 안심할 수 있는 원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의지는 원전 안전을 위한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4월 한수원은 2030년까지 1조7천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한 원전 안전성 강화 및 유지보수 로드맵을 내놓았다. 정 사장은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빛1호기 사건으로 정 사장의 안전경영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 사장의 즉각적 대처와 향후 대응방안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의 한빛1호기는 10일 원자로 제어봉의 제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했다. 이 때 원자로 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해 18%까지 올랐고 냉각재 온도가 302도까지 올라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통해 출력이 제한치를 넘은 사실을 확인하고 원자로 가동을 정지할 것을 지시하자 원전은 한빛1호기를 수동으로 정지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측이 출력 초과 1시간 전에 이상을 인지했던 점과 이상 발생 12시간 후에야 원자로를 정지한 점, 면허가 없는 인력이 제어봉을 조작한 점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6일부터 한빛1호기 사건을 놓고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7일 한빛1호기 시험가동에 참여한 발전팀장과 운영실장, 발전소장을 보직해임하며 책임을 물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일 원자력안전법 위반 정황을 확인했다며 한빛1호기의 사용정지를 명령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은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빛1호기는 원자로 출력 25%에서 자동으로 정지하기 때문에 출력 폭주가 일어날 수 없다”며 과도한 우려가 퍼지는 것을 진화했다. 또한 원자로 운전은 면허소지자가 지시·감독할 때는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은 22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행정적으로 지켜야 될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원자로의 안전성 측면에서 위험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