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9-01-03 15: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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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인수를 놓고 이온그룹과 기싸움을 벌이는 걸까?
미니스톱 인수전이 장기전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롯데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일 수도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2018년 말 안에 끝날 것으로 여겨졌던 미니스톱 인수전이 해를 넘겼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매물은 일본 이온그룹 등이 보유한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사실상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승기를 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편의점업계의 상황 변화 때문에 이온그룹과 가격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느라 인수전이 길어지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미니스톱 본입찰은 11월20일 열렸다.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전은 본입찰이 진행된 지 2주 정도 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니스톱 인수전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인수가격으로 4300억 원가량을 써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와 신세계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니스톱 인수와 관련해 본입찰이 진행된 뒤 편의점업계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국내 편의점회사가 편의점을 출점할 때 근접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선포하면서 신규 출점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편의점업계는 2020년 이후 대규모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그룹 처지에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신세계그룹보다 1천억 원 가까이 많은 돈을 주고 미니스톱을 인수하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던 가맹점들의 재계약 시점이 2020년에 대거 도래한다”며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 이하의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은 가맹점 지원금이 현저히 적어 상위 2개 회사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점포 수가 적은 미니스톱 같은 회사들은 자연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근접출점 제한으로 미니스톱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일부 있지만 2020년 이후를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지기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미니스톱 편의점 수는 10월 말 기준으로 2500여 곳이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점포 수가 9500곳을 넘는 만큼 롯데그룹이 미니스톱을 품에 안는다면 편의점 수가 1만2천여 곳으로 불어나면서 2위인 GS리테일과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하지만 미니스톱은 2017년 기준으로 순이익이 22억 원에 그칠 만큼 수익성이 나쁘다.
GS리테일 등은 경쟁사에 편의점 점포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GS리테일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직접 지원금 대신 이익 배분율을 높여주는 방식의 사업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당장 미니스톱을 인수하더라도 편의점업계 재계약 시기에 임박해 미니스톱 인수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전과 관련한 결과는 알 수 없다”며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