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이 대전허브터미널 재가동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택배노조의 신뢰를 회복할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의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8월 사망사고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직접 나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사망사고와 관련된 사과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 약속 등은 모두 언론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이름으로 나왔다.
화물연대, 노동건강연대, 정의당 청년본부,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5일 박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CJ대한통운이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대전터미널이 재가동됐음에도 택배노조는 여전히 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는 박 사장이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기사들과 CJ대한통운의 사용-피사용관계 해석을 두고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택배노조의 파업에는 700명 정도의 택배기사가 참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 기사가 1만8천여 명 정도라는 것을 살피면 4%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숫자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파업에 참여하는 택배기사들이 대체 인력 투입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데다가 파업을 놓고 갈수록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으로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두고 CJ대한통운이 노조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대책 이행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는 CJ대한통운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과 교섭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택배기사를 CJ대한통운이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 대리점주가 고용한 것이기 때문에 택배노동자와 교섭하는 것이 대리점주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필증’을 교부받은 정식 노조다. 고용노동부가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사용-피사용 관계를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조필증이 교부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와 관련해 법을 확대해석한 점이 없는지 등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CJ대한통운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일부 택배기사를 상대로 한 교섭에라도 나서라는 노동조합의 요구 역시 ‘형평성’을 근거로 거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교섭상대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대리점주와 택배기사가 계약 조건과 관련된 교섭을 중재하는 방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제시한 해결방법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서 대리점주들과 택배기사의 교섭을 중재하겠다는 것은 교섭 거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포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