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장은 사업 자체의 위험성뿐 아니라 정치적, 국제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를 지니고 있어 국내 건설사가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서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대규모 손실을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을 바탕으로 중동사업의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 힘쓰는 점은 중동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이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입찰을 따낸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는 과거 단독으로 수주 경쟁에 임하면서 저가로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컨소시엄 수주는 각 건설사가 장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쟁강도를 단독 수주일 때보다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진성 연구원은 “경험을 통한 관리능력 향상은 눈으로 검증이 안 되는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국내 건설사는 과거 손실 경험을 통해 입찰 능력, 설계 능력, 계약·협상 능력, 현장 관리 능력 등이 체계적으로 향상됐다”고 바라봤다.
중동 발주처도 과거 경험을 통해 저가 수주를 점차 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연구원은 “저가 입찰은 대부분 공기 연장, 성능 불량, 시공사 무책임 등으로 프로젝트 가동을 늦추면서 발주처에도 손실을 줄 때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들을 사전에 건설단가에 포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파악했다.
국내 영업환경이 바뀐 점도 국내 건설사가 중동 저가 수주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는 2010년을 전후로 찾아온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 살 길을 찾으면서 경쟁적으로 해외 수주를 늘렸다.
국내 건설사는 현재 국내 주택시장 호황 등으로 중동 수주의 필요성을 10년 전보다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계열의 정유·화학업체가 내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무리하게 해외 수주를 따낼 요인도 적다.
국내 건설사가 플랜트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점도 10년 전과 다른 점으로 평가된다.
국내 건설사는 과거 단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자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 LNG(액화천연가스)액화플랜트 등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진출을 시작했다.
기본설계와 LNG액화플랜트 등은 진입장벽이 높아 그동안 국내 건설사의 사실상 불모지로 평가됐는데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선형알킬벤젠(LAB) 프로젝트의 기본설계 기술입찰에 초대됐고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LNG액화플랜트 프로젝트 예비사업자에 선정됐다.
라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 LNG액화플랜트사업을 따내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원청 계약에 성공하게 된다”며 “단순 EPC사업자로 평가되던 한국 건설사의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