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주도와 인천의 지역언론사를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제주와 인천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민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는데 이 회장이 이런 마찰을 줄이기 위해 지역언론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
|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제주도와 인천의 거점언론사인 한라일보와 인천일보를 인수한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한라일보 보유지분을 49%까지 늘린 데 이어 부영주택을 통해 올해 4월 인천일보의 지분 49%를 확보했다.
부영주택은 이 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부영의 자회사인 만큼 사실상 이 회장이 지역언론사 두 곳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전부터 언론사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며 “한라일보와 인천일보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라일보와 인천일보가 각각 뿌리를 둔 제주도와 인천은 부영그룹이 대규모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언론사를 인수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이 회장이 1996년부터 신축호텔 건설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곳이다. 이 회장은 9천억여 원의 자금을 들여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에 지하4~5층, 지상 9층 규모의 신축호텔 4동을 건설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12월 반려처분을 받았다.
부영그룹은 올해 2월 환경보전방안 용역을 받으며 호텔건설을 재추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주도민의 반발이 거세 자칫 사업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제주여론은 이 지역에 부영호텔을 세울 경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대가 자칫 부영호텔만의 사적재산처럼 전락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영호텔 신축을 둘러싸고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시민단체와 제주도민의 여론이 나빠지면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영그룹은 제주도에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와 부영호텔을 연결하는 통로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부영주택은 연결통로 공사비 전액을 부담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2009년 연결통로의 건축주로서 증축허가를 받았다며 부영그룹에 반박하고 있다.
제주여론이 부영호텔 신축작업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소송전 등을 놓고 부영그룹에 비호의적으로 조성되자 이 회장이 한라일보를 인수해 아군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
|
▲ 제주 중문 주상절리대 해안 '부영호텔' 조감도. |
부영그룹이 올해 2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를 고문으로 영입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우 전 지사는 KBS제주와 인터뷰에서 “제주도지사로 취임하면서 부영그룹에 신세를 져 고문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은 인천일보의 거점인 인천에서도 송도테마파크 건설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부영그룹은 송도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사업계획서를 두 번이나 연기할 수 있도록 허가받으면서 특혜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 부영그룹은 놀이시설의 설치비용을 부풀리는 등 사실상 사업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최근 “슈퍼자이로타워는 운반, 조립, 부대비용 등이 포함돼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사업을 축소하지 않고 반드시 72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