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공장 운영 등 사업에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는 신용평가사 피치의 분석이 나왔다.
8일 신용평가사 피치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무역갈등 상황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따른 반도체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신용평가사 피치의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반도체 생산공장. |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첨단 반도체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사실상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중국 일부 고객사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등 보복조치에 나서며 갈등의 수위를 높였다.
피치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의 40~50%와 낸드플래시 물량의 약 20%를 중국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한시적 유예조치를 받았지만 올해 10월부터는 신규 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에 구축한 생산 인프라만을 활용해 메모리반도체를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러한 상황에 중장기적으로는 큰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첨단 생산설비를 주로 한국 내 공장에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피치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무역갈등이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급망을 해치고 생산 원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계속해 상대방을 겨냥한 규제조치를 강화하며 한국 반도체기업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판매금지 결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경쟁사가 사라진 만큼 평균 판매단가가 높아지며 한국 반도체기업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다만 피치는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판매하던 반도체 물량을 다른 국가에 공급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적으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며 이런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