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기업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함정'을 유의해야 한다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가 나왔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투자 보조금을 빌미로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이 이를 받아들이고 미국 투자를 강행한다면 중국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으름장도 이어졌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논평을 내고 “TSMC가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의 실현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만큼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하거나 일부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TSMC가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어 더욱 큰 고민을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TSMC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8%,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6.1%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로 고객사 주문이 줄어들며 매출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대만뿐 아니라 한국도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덫에 걸려 비슷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바라봤다.
TSMC와 삼성전자가 모두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노려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결정했지만 원하는 조건으로 지원을 받기는 어려워진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 대상을 심사하는 미국 상무부는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이 사업계획 등 기밀정보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고 초과 이익도 미국에 반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 지원법이 관련기업들에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며 미국과 협력으로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중국을 반도체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 및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궁극적으로 자급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반도체기업이 충분히 성장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판매를 제한하는 등 방식으로 규제에 나선 뒤 자국 반도체로 현지 고객사의 수요를 대체하려 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TSMC는 중국과 대만 정부, 미국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가운데 낀 처지에 놓이고 있다”며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약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