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에 대응 방안을 찾던 상황에서 의외의 ‘지원군’을 얻게 됐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한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미국을 상대로 WTO 제소와 무역보복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공식 브리핑을 열고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대응해 중국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나 중국 등 적대적 국가에서 수입한 원재료 사용 비중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런 정책이 사실상 중국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파악하고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공정무역 질서 훼손 혐의로 WTO에 제소하거나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내놓겠다는 엄포도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을 빌미로 미국에 무역보복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은 이미 미국의 정책이 WTO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며 WTO에 제소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번에 중국이 새로 가세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협상 등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을 예상치 못한 새 지원군으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원재료에 관련한 미국의 규제보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두고 더욱 강력한 반발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겨냥한 공세에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입장을 앞세워 여론에 힘을 실으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유럽연합이 한국의 주장에 가세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겨냥한 조치에 나선다면 WTO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다시 전기차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중국 상무부는 유럽과 한국을 언급하면서 이들도 WTO와 관련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고 WTO의 결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정책에 변화를 추진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 차원의 대응을 두고 “미국을 향한 경고에 해당한다”며 “WTO에 제소한다면 중국 편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유럽연합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의 편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깔린 의도를 두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경쟁 국가보다 뒤처진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다급한 시도를 보여둔다”며 “특히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CGTN은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에 깔린 미국 정부의 의도는 매우 불순하다”며 “환경 보호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전 세계의 친환경 분야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는 일은 환경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CGTN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친환경 분야에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오히려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