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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정운찬의 프로야구 산업화 로드맵 첫 해 성적표는 초라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8-10-23 14: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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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정운찬의 프로야구 산업화 로드맵 첫 해 성적표는 초라해
▲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임기 첫 해는 적지 않은 진통을 빚으며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재는 한국프로야구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다. 여기에 야구대표팀 병역 특혜 논란에 관중 감소까지 겹치며 정 총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정 총재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선동렬 야구대표팀 감독을 불렀는데 추가로 정 총재도 소환했다.

KBO 총재의 국감 출석은 지난해 구본능 전 총재에 이어 두 번째다. 구 전 총재는 재임 4년 만에 국감에 나갔는데 정 총재는 취임 첫 해부터 국감에서 의원들의 공격을 받게 됐다.

2018년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을 모두 마치고 현재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까지 남은 경기가 15경기도 채 되지 않는 막바지다.

매년 프로야구는 다사다난한 일을 겪지만 올해는 병역 특례 논란이 컸던데다 5년 만에 관중이 감소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프로야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정 총재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9월12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정 총재는 “병역 면제와 관련된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한국 야구의 미래협의회를 만들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 총재의 공식 사과에도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팬들이 프로야구에 등을 돌리며 관객감소 추세가 뚜렷했고 결국 선동렬 감독과 정 총재가 국회에서 의원들의 ‘호통’을 듣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관중 감소는 치명적 사안으로 여겨진다. 2018년 프로야구는 807만4천 명의 관중을 동원해 간신히 800만 관중은 넘겼지만 2013년부터 이어진 관중 증가세가 그치고 2017년 840만 명보다 관중이 줄었다.

정 총재는 올해 초 취임하면서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내세웠다. 그는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 운영체계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야구단이 경제적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로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제도 개선과 중계권 가치 평가, 통합마케팅 등을 추진해 KBO와 구단들의 수익을 개선하는 프로야구 산업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 총재는 프로야구 산업화를 명분으로 당당히 연봉 지급도 요구했다.. 과거 KBO 총재는 연봉과 판공비 등 약 3억 원의 보수를 받았지만 구 전 총재와 그 전임 유영구 전 총재는 보수를 받지 않고 일했다.

정 총재는 “KBO 총재일을 열심히 하면 다른 일은 못해 수입이 없어지니 연봉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내가 잘해서 연봉도 받고 인센티브도 받고 싶다는 것은 한국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기초”라고 말했다.

정 총재의 구상처럼 구단들이 수익을 내고 프로야구가 산업화되기 위한 기본은 관중 숫자다. 야구를 보러오는 관중 숫자는 구단 수입과 직결된다. 

또 관중이 늘고 야구에 관심을 보이는 팬이 많아져야 중계권 가치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만약 내년, 내후년에도 관중 숫자가 감소하면 정 총재의 계획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 외에도 정 총재가 내놓은 프로야구 산업화 방안들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며 정 총재가 마련한 로드맵 추진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 총재가 핵심 과제로 제시한 통합 마케팅은 구단들의 반대로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9월에는 계약금액 80억 상한제 등을 담은 자유계약(FA) 제도 개편안을 마련했으나 선수협회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보호자가 없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만 100만 달러로 축소하는 방안만 이사회에서 결정한대로 내년에 시행될 뿐이다.

정 총재가 제시하는 한국야구 산업화의 비전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관료를 지낸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정 총재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내다 총장까지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국무총리와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았다.

정 총재는 KBO 총재를 맡기 전부터 야구광 유명인사로 잘 알려졌다. 고교시절 야구부 활동을 했고 이후에도 야구를 향한 애정을 꾸준히 나타내왔다. 두산베어스 팬으로 김현수 선수의 주례를 맡기도 하고 2014년에는 ‘야구예찬’이라는 에세이집도 냈다.

하지만 정작 팬의 시각이 아니라 경제학자의 시각에서만 프로야구를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제나 FA 80억 제한 등은 너무 수익을 내기 위한 경제 논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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