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에서 경쟁사에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 우위를 갖춰내는 '초격차 전략'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약속한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향후 3년 동안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활용해 시설확장과 연구개발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삼성그룹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대규모 투자로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는 전략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약 29조 원을 들였다. 2010년~2016년 연 평균 투자금액인 13조 원 안팎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IC인사이츠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여러 반도체 경쟁기업이 공격적 증설투자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추격하자 삼성전자가 투자를 더 확대해 강력한 방어전선을 구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적어도 수 년 동안 반도체사업에서 이런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이 8월 초 "앞으로 3년 동안 반도체 등 핵심사업에 18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대부분의 투자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18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이틀 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었다.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등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사장들이 모두 모였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사업부 경영진과 미래 사업계획을 논의한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율하고 발표를 결정했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내놓은 투자방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개발과 시설에 대한 투자계획이 반영됐다"며 "구체적 활용방법과 투자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사업부 경영진들에게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려면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총괄할 때부터 반도체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핵심경영목표로 내세우고 추진해 왔다. 초격차는 말 그대로 경쟁사와 큰 폭의 차이를 벌리고 유지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능력을 키워 점유율 선두를 확보하고 기술력에서도 강력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 반영됐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불안정하던 2010년대 초반에도 초격차 전략을 강조하며 대규모 선제투자를 진두지휘했다. 이런 투자성과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급성장에 기여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들에 초격차 전략을 언급한 것은 반도체사업에서 이 회장의 전략을 따라 미래성장을 대비한 대규모 선제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제2반도체공장과 화성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중국 시안 공장 등 여러 대형 반도체공장의 증설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자연히 시설투자에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기업 사이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과 미세공정, 3D낸드 등을 놓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들이는 투자규모도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메모리반도체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공급과잉을 이끌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초격차 전략을 반도체사업에서 중점 추진과제로 직접 강조한 만큼 삼성전자의 강력한 투자의지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사업부 경영진과 회의를 마친 뒤 임직원과 만나 "삼성전자가 20년 넘게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