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8-30 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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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엔윈. 이기고 또 이긴다. 승리를 위한 불굴의 행동과 정신이라는 의미가 담긴 기업이름이다.
박경래 윈엔윈 대표이사는 말 그대로 ‘윈엔윈’ 정신을 살아냈다. 한국 최고의 양궁 선수, 세계 최고의 양궁 코치였다가 이제 세계 최정상의 양궁 활 제작사를 이끌며 자전거시장으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
▲ 박경래 윈엔윈 대표이사.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이 윈엔윈의 활을 사용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1위에 올랐다.
윈엔윈 활을 쓰는 이우석 선수도 남자 팀 리커브와 남자 개인 리커브에서 은메달을 땄다.
윈엔윈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뿐 아니라 일본 선수들을 100% 윈엔윈 활을 쓰고 있고 대만과 인도네시아 선수도 윈엔윈 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윈엔윈은 세계 활시장에서 60%, 한국 활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올리며 세계 최정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대표가 1993년 윈엔윈을 세운 뒤 25년 동안 일궈낸 성과다.
박 대표가 회사를 세울 때 그는 이미 양궁부문에서 세계적 코치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는 감독으로서 1985년 세계 선수권대회,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1991년에는 남녀 국가대표 총 감독을 맡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 양궁부문에서 부동의 강자로 군림했는데 이런 미국도 꺾은 것이다.
감독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쯤 사업가로 길을 틀 계기가 찾아왔다.
박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꿈꾸던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공허함이 밀려왔고 그때 ‘활’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양궁대회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쓰는 활은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입산 활을 쓰는 것은 한국 선수들의 전력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 직전 미국 호이트는 한국 선수들이 양궁에서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신 장비를 파는 것을 거부했다. 당시 남자 한국 대표팀은 호이트 제품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을 받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미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박 대표는 “해외 활 제작사들이 보이지 않게 신경전을 벌이면서 후배 양궁 선수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며 “오롯이 우리의 기술로 만든 최고의 활을 후배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공장을 세우고 실패와 재도전 끝에 일본 야마하를 겨냥했다.
야마하가 양궁사업부를 철수하자 박 대표는 야마하의 일본 공장을 인수했다. 그는 야마하 공장을 토대로 윈엔윈재팬을 설립했고 일본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이 모두 윈엔윈 제품을 쓰기에 이르렀다.
▲ 윈엔윈과 위아위스 로고.
우리 기술로 만든 활을 선수들에게 쥐어주겠다는 꿈을 이룬 박 대표의 다음 과녁은 자전거다.
그는 2014년 위아위스 브랜드를 세우고 카본 자전거 첫 제품을 내놨다.
윈엔윈 관계자는 “자전거 사업을 시작한 지는 4년 정도 됐지만 연구개발까지 고려하면 8~9년 전부터 카본 자전거를 개발했다”며 “가볍고 내구성 좋은 카본소재는 충격을 잘 완화해 활뿐 아니라 선수용 자전거 소재로도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활의 핵심부분인 날개와 핸들부분에 나노카본소재를 적용해 충격흡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활 제작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기술력을 카본 자전거 제작에 적용해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박상훈 사이클 선수는 위아위스 자전거를 타고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박주영 선수는 15일 국제사이클연맹 본부가 있는 스위스 에이글에서 열린 세계주니어 트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세계 챔피언이 됐다.
윈엔윈 관계자는 “카본 소재만 적용된 자전거에서는 위아위스가 해외 유수 브랜드보다 앞서 있다”며 “윈엔윈 활이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본 것처럼 위아위스 브랜드로 승차감 좋은 자전거, 경기력을 높여줄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