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메모리반도체시장 공략에 야심작으로 내걸었던 차세대 메모리 '3D크로스포인트'가 출시된 지 약 1년 만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PC와 서버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SSD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기반 메모리 '옵테인SSD'. |
19일 전자전문매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인텔이 내놓은 3D크로스포인트 기술 기반의 '옵테인SSD'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개발한 크로스포인트는 구동속도가 빠른 D램과 대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단계부터 업계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크로스포인트가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기존 D램과 SSD의 수요를 대체하며 삼성전자 등 메모리반도체 선두기업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현재 사용되는 고성능 SSD는 낸드플래시와 D램을 결합해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출시된다.
인텔은 크로스포인트 기반의 첫 제품을 '옵테인SSD'로 이름붙여 지난해 4월 출시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인텔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낸드플래시와 옵테인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대부분이 낸드플래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전문매체 테크타겟에 따르면 증권사 웰스파고는 인텔이 2분기에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고객사에 전혀 공급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완전히 외면을 받은 셈이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은 옵테인SSD 구동속도가 일반 SSD의 최대 1천 배에 이른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SSD와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서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점도 실패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D램과 3D낸드 기술 발전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며 SSD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린 점도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옵테인 메모리는 하드디스크의 느린 속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PC와 서버 고객사가 저장장치를 아예 SSD로 교체하는 쪽이 성능과 원가, 전력효율 개선에 모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SSD시장에서 32.3%의 점유율로 압도적 선두를 지켰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점유율이 2.2%포인트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4단 3D낸드의 본격적 양산을 시작한 뒤 최근 90단 이상의 차기 공정기술 개발에도 성공하며 SSD 저장장치의 성능한계를 거듭해 뛰어넘고 있다.
▲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 기반 고성능 SSD. |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은 크로스포인트의 성능발전에 기술적 한계를 맞아 개발일정이 계속 지연되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시장 창출에 고전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2019년부터 크로스포인트 기술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내년 하반기 독자적 기술로 2세대 크로스포인트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SSD의 기술발전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3D낸드 기술을 활용해 크로스포인트와 유사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Z-SSD' 기술도 상용화해 차세대 메모리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에서 강조한 성능 우위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기술로 충분히 따라잡을 정도였다"며 "크로스포인트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