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와 구글페이는 언제 한국에 상륙할까.
애플페이와 구글페이가 근접무선통신(NFC) 방식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만큼 국내에 근접무선통신 방식의 결제단말기가 많이 보급돼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페이와 구글페이가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제 수수료 협상 등 관련 조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가 출시되기도 전인 2015년부터 이미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카드업계와 접촉을 시도해왔다.
2015년 국내 6곳의 카드사와 애플페이 관계자들이 만났고 2016년에는 애플의 법률 책임자와 수석고문이 한국에 방문해 금융당국과 애플페이 출시를 의논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2017년 8월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애플페이 가이드 문서가 발견되면서 애플페이 출시를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2018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IOS(아이폰 운영체계)12에 애플페이 기능이 추가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애플페이는 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한 22개국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2016년부터는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은 2015년 구글페이먼트코리아를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등록해 사업자 인가를 확보해 놓고 한국 진출을 계속해 타진하고 있다.
구글은 2018년 1분기 안에 한국에서 구글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한국 페이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삼성페이가 최고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와 구글페이가 빨리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때문에 한국 카드사와 조율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 페이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한 삼성페이는 빠른 보급을 위해 카드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마련했고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카드사로부터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애플페이에 실려 있는 카드로 결제가 될 때마다 카드사는 결제금액의 0.15%의 수수료를 애플페이에 지불하게 된다.
애플은 중국에서 안착을 위해서 중국에서만 애플페이 수수료를 0.03%까지 낮추기도 했지만 한국에까지 이런 예외적 프로모션을 적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과 중국의 아이폰 사용률은 둘 다 스마트폰 전체의 20%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용자 수로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 수는 2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제외한 21개 나라에서는 여전히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같은 수수료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해마다 한국 주요 카드사들과 애플페이 관계자들이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수수료 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글페이도 수수료 문제를 안고 있다.
구글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제공하는 보안토큰을 이용해야 한다. 이 보안토큰의 무상 제공 여부를 놓고 국내 카드사들과 글로벌 카드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페이는 자체 보안토큰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글페이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보유한 보안토큰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 글로벌 카드사의 네트워크망을 거쳐야 결제가 이뤄진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에게 겸용카드를 만들며 고액의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간편결제 시스템의 보안토큰 사용료까지 추가로 지불할 수는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애플페이와 구글페이의 한국 상륙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NFC 단말기가 한국에서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는 근접무선통신(NFC) 방식으로 결제가 되는데 한국 상점들에는 아직까지 NFC 방식의 결제단말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
한국 가맹점들의 대부분은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의 결제 단말기를 쓰고 있어 NFC 방식과 MTS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함께 구비한 삼성페이가 국내 페이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한국 아이폰 이용자를 위해 애플페이가 NFC 방식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는 데 돈을 풀지는 미지수다.
장기적으로는 NFC 방식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 카드사들이 NFC 방식 결제단말기 보급에 힘을 보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는 NFC 결제단말기의 인프라 구축과 수수료 협상의 진행 상황을 보고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