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에도 기회를 포착했다. 점유율 1위 신한카드가 주춤한 틈을 타 ‘디지털 마케팅’으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회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각종 규제 등으로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해 고전 중이지만 어두운 업황에도 빛이 한 줄기 있다. 신한카드가 10여 년째 수성하고 있는 1위 입지가 예전만큼 굳건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기준으로 신한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21.9%, 삼성성카드는 19.4%를 보였다. 2012년만 해도 점유율이 6.9%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는데 2.5%포인트로 격차가 좁혀졌다.
금융감독원이 법인고객들의 국세 납부 등에 관해 수수를 면제해주는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신한카드가 법인카드 이용액 감소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법인 영업대상이 주로 삼성그룹 계열사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신용판매 실적만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부분의 신한카드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25.1%에서 올해 1분기 23.5%로 줄어든 반면 삼성카드 점유율은 17.9%에서 18.5%로 늘었다.
신한카드가 외형보다 내실에 초점을 맞춘 사이 삼성카드는 공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4~5월 카드업계의 전체 개인카드 취급고는 109조 3천억 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는데 증권사들은 삼성카드의 개인 취급고 증가율이 이를 상회하는 11% 내외일 것으로 추정한다.
원기찬 사장의 '디지털 강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를 따라잡기 위해 올해도 디지털 경영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원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은 2018년, 디지털 DNA를 바탕으로 디지털 1등을 넘어서는 진정한 일류회사로 자리매김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6월 말 상담원 통화 없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카드를 발급하는 '디지털 원스톱 카드 발급체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실물이 배송되기 전에도 앱카드나 삼성페이 등 모바일에 등록하여 바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원스톱체계는 신청에서부터 발급과 이용까지 5분이면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이런 디지털 혁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사장은 2014년 삼성카드 사장에 취임했다. 보통 카드회사 CEO들은 금융업계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원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에서만 28년 동안 일한 비금융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원 사장이 '디지털 혁신'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내놓으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삼성전자 출신답게 모든 사업부문에 디지털 색깔을 입혔다. 업계에서 가장 발빠르게 삼성카드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는 이로 꼽힌다.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 ‘LINK’ 서비스를 선보였고 자동차금융 온라인 서비스도 업계에서 처음 만들었다.
신용카드 발급을 간소화하고 모집방법 역시 바꿨다. 모바일 등을 통해 24시간 365일 신용카드를 신청하고 심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오전에 카드를 신청하면 오후에 바로 발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높였다.
2016년부터는 태블릿 PC를 활용한 회원 모집을 시작했는데 신청서 작성이 간편해지고 보안이 강화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카드 발급 10건 가운데 6건은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등 디지털 채널로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원 사장은 올해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카드회사 CEO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다.
원 사장으로서는 공을 인정 받은 만큼 '삼성답지 않은' 만년 2위를 벗어나야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신한카드가 불황으로 흔들리면서 뜻밖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물론 올해 카드업황이 어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원 사장 역시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동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앞날이 순탄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카드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면서도 "다만 개인 신용판매 취급고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시장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