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혈압 약 논란과 관련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위기 대처 능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식약처는 고혈압 약에 들어간 성분 가운데 발암물질 성분이 있다는 소식이 유럽에 알려지자 즉시 이를 국내에 발표했지만 환자들의 상황과 이해 여부를 고려하지 않아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10일 식약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의 발암물질 함유량을 조사하고 원료 제조사인 중국 화하이에 현지조사를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는 7일 낮 12시 발암물질인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혈압 약 219개의 판매와 수입을 잠정 중지한다고 밝혔다.
발사르탄에는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들어 있었는데 이 물질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7일은 토요일이었지만 식약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의 발표에 즉각 대응해 이런 발표를 냈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들은 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복용해야 했기 때문에 일부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는 주말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에 불편을 겪었다.
문제가 된 고혈압 약 목록이 게재된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사람들이 몰려 7일 자정까지 접속이 불가능했다. 식약처 홈페이지는 8일에야 복구됐다. 식약처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17만8536명으로 집계됐다.
식약처는 9일 오전 발사르탄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돼 판매와 제조를 중지했던 219개 가운데 187개 품목의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91개 품목의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되는 제품의 유통을 금지했다가 해제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을 키웠던 셈이다.
이번 논란을 놓고 류영진 식약처장 문책 요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보도자료에서 “고혈압 환자가 600만 명을 상회하는 시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두말할 것 없이 환자이며 식약처의 인허가를 따라 해당 의약품을 믿고 처방한 의사들 또한 크게 분노하고 있다”며 “식약처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엄중 문책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불분명한 대응으로 국민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류 처장의 취임 1달 만에 빚어진 살충제 계란 논란과 유해성 생리대 논란 당시에도 올바른 대응 매뉴얼 부재로 국민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7년 8월 살충제 계란 논란이 불거지자 식약처는 전수조사를 한 뒤 2017년 8월21일 ‘평생 매일 2.6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 발표는 현행 기준치와 유해지수 등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위해성 평가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식약처는 이 발표와 함께 살충제 계란을 전부 폐기하도록 해 앞뒤가 맞지 않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식약처는 2017년 3월에도 내부적으로 진위가 확인됐던 유해성 생리대 논란이 여론에 드러나고 나서야 8월에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늑장대응을 했다.
류 처장은 이때문에 국정감사에서 사퇴 압박도 받았지만 “저와 식약처 전 직원들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선을 다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식약처의 대응 매뉴얼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에도 다시 제기됐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고혈압은 국민 만성질환인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조치해야 했음에도 급작스러운 판매 중지와 해제로 환자들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식약처는 섣부른 판매 중단, 해제 조치로 공포심을 조장할 게 아니라 개별 안내를 하는 등 대응 매뉴얼부터 서둘러 구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류 처장은 1969년 7월12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대 제약학과 졸업하고 약사로 근무했다.
2010년~2016년에는 부산 약사회 회장으로 일했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2016년 대한약사회 부회장이 됐다. 2017년 7월 식약처장에 임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