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투자처를 찾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저성장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하고 있는 국내시장보다는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해외 부동산펀드와 인프라펀드 등에 투자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중위험·중수익 수요가 커지면서 부동산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중위험 중수익' 요구가 커지면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펀드 순자산 규모는 67조7천억 원으로 한 달 만에 1조9천억 원이 불었다.
항공기 및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자산에 펀드자금의 50%를 넘게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에도 5월에 4천억 원이 순유입돼 전체 순자산 규모가 60조9천억 원으로 늘었다.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의 국내 투자에 한계를 느낀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눈길을 돌리면서 해외 투자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주식투자 잔액은 2017년 말보다 60억5천만 달러 늘어난 728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의 해외 채권투자 잔액도 3월에 538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5억2천만 달러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하고 베트남투자공사와 합작 운용사를 세우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홍콩, 인도, 호주 등 12개 국가에 현지법인 13곳을 세워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리고 5월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 136조 원 가운데 53조 원을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KDB산업은행, NH투자증권과 손잡고 국내 처음으로 334억 원 규모의 해외 선박펀드를 만들었고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도 각각 해외투자 전담조직을 만들고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주로 아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했지만 유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부동산은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 흐름을 감안하면 수익이 크지 않고 아시아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초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외무부 청사의 장기임차권을 약 5200억 원에 사들였다.
KTB자산운용은 850억원 규모로 영국 런던에서 호텔 투자에 나섰다. 하나자산운용과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은 벨기에에 있는 유럽의회 오피스빌딩을 인수했다.
다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덩치가 큰 해외 금융투자사들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지는 불확실하다. 부동산과 인프라 등에만 집중적으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진출을 통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해외 진출에 앞서 펀드 상품 다변화 및 투자역량 강화 노력과 함께 국가별 특성에 맞는 판매전략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