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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김정주, 대물림 않는 넥슨 경영권 승계를 약속하다

서하나 기자 hana@businesspost.co.kr 2018-05-29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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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및 정보통신(IT)업계에서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재계에서 경영권 승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관심이 뜨거운데 김정주 넥슨(NXC) 회장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보였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3734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정주</a>, 대물림 않는 넥슨 경영권 승계를 약속하다
김정주 넥슨(NXC) 회장.

한국에서 기업 오너들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게임과 정보통신회사들은 대부분 역사가 길지 않아 자식에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선례가 아직 없다.  

김정주 넥슨(NXC) 회장은 29일 넥슨 대표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2년 전 약속을 실천해 나가야 할 때”라며 “저와 제 가족이 보유한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 활동 계획 등도 곧 내놓기로 했다.  

넥슨은 지난해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어 게임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준대기업으로 지정됐다. 김 회장은 지주회사 넥슨(NXC)의 지분 67.49%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자산 일부의 사회환원과 전문경영인으로 경영권 승계 약속을 이행한다면 한국 대기업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한국 재벌기업의 가족경영 문화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 자체가 해외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매체에서 한국 재벌기업 관련 기사에 ‘재벌(Chaebol)’이나 ‘갑질(gapjil)’이라는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주주총회에서 “바통을 잘 넘겨주는 것은 (나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며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경영권 승계를 들었다.

애플에는 쿡 최고경영자 외에 제프 윌리엄스 운영책임자, 에디 큐 서비스 책임자, 필 쉴러 제품 마케팅 책임자, 댄 리치오 하드웨어 책임자, 루카 마에트리 최고재무책임자, 안젤라 아렌츠 리테일부문 책임자 등 임원이 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처럼 쿡 최고경영자 주위 임원에서도 ‘가족경영’을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윈 중국 알리바바그룹 회장도 2009년부터 회사를 물려줄 후보군을 찾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만큼 어느 정도 구도를 잡은 것으로 보이는 데 그 가운데 ‘가족’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마윈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후판대학 신입생 입학식에서 “지금 후보들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만큼 내가 만약 알리바바그룹 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들에게 대표를 맡길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당장 은퇴를 하더라도 문제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판대학은 중국에서 일종의 ‘창업사관학교’다.

알리바바그룹은 루자오시와 장용이 각각 2013년 5월과 2015년 5월부터 알리바바그룹 CEO를 맡았고 펑레이와 징시엔둥은 각각 마이금융서비스그룹 CEO를 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억만장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역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뚜렷한 소신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구글이나 애플처럼 전문성을 가장 중점에 두고 경영권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베조스 최고경영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산 1060억 달러를 보유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자산 1천억 달러의 기록을 깨고 전 세계 1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경영인으로 경영권 승계와 함께 개인 자산의 사회환원도 미국 IT업계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역시 세 명의 자식에게 각각 1천만 달러를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못박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좌우명은 “쉽게 물려받은 재산이 인간을 망칠 수 있다”인데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를 반대해 온 것으로 유명한 그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세계 10대 부자 안에 드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 이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래리 앨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 등이 모두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지 않고 세계적 기업을 일궈낸 대표적 인물들이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그가 보유한 지분의 일부인 3500만~7500만 주를 매각해 사회환원을 목적으로 하는 '챈 저커버그 재단'을 세웠다.

김 회장의 이날 발표가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2015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합병 관련 생각을 밝히며 “제가 깡통 차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며 “원래 맨몸으로 태어났는데 돌아간다 해도 뭐 어때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김 회장은 1993년 25세의 나이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넥슨그룹의 모태인 '넥슨'을 창업했다. 부인 유정현씨와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유씨는 NXC 지분 29.43%를 보유한 2대주주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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