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대흥행, 케빈 파이기 '마블 성공신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5-06 06: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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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대흥행, 케빈 파이기 '마블 성공신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이사 사장.
“한 번만 더 나한테 위성 던지면 나 미쳐버릴 수도 있어! (If you throw another moon at me, I’m going to lose it.)”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아이언맨은 악당 타노스에게 경고한다. 위성을 던진다니, 서사의 규모가 그야말로 ‘탈우주급’이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이사 사장은 이 거대한 이야기를 이어붙인 영화 밖의 주인공이다. 그가 키워온 ‘마블 세계’의 서막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 ‘산파’ 케빈 파이기, 마블 영웅군단의 태동을 감지하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인피니티 워)는 5일 국내에서 7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외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전 세계에서도 역대 최단기간인 10일 만에 수익 10억 달러(1조 원가량) 고지에 올라섰다.

더 놀라운 점은 세계 2위의 영화시장인 중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11일 중국에서 개봉하고 나면 20억 달러 돌파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티 워는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마블 세계관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자 19번째 영화다.

이 세계관을 낳은 마블 스튜디오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의 자회사다. 2015년 8월 회사구조를 재편할 때까지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였다. 지금의 성공을 보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원래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불과 10년 전만해도 경영난으로 존폐를 걱정하던 코믹북(만화책) 출판사였다. 1990년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을 영화제작사에 팔아 겨우 연명했다. 

스스로 영화를 만들자니 경험이 없고 영화를 찍어낼 자본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판권은 20세기 폭스에, 스파이더맨은 소니픽쳐스에 팔렸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자극을 받는다. 고작 수십억 원을 받고 팔아넘긴 판권으로 영화사들이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현실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의 전략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2005년,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결국 ‘캡틴 아메리카’와 ‘닉 퓨리’ 등 몇몇 캐릭터를 담보로 메릴린치에서 5억2500만 달러를 빌려 영화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이 계획의 선봉에 선 것이 파이기 사장이다. 

인피니티 워의 조 루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다른 제작사들은 왜 마블 시리즈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파이기가 없기 때문이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블 스튜디오의 성공신화에서 파이기 사장의 역할은 지대하다.

◆ 케빈 파이기, 마블 신화의 서막을 열다

파이기 사장은 마블 세계관의 전체적 그림을 그리고 모든 작품의 스토리와 감독, 배우 등을 조율하는 최종 결정권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트레키(Trekkie)’였다. SF 영화·드라마 스타트렉의 열성적 팬을 뜻한다. 스타워즈에도 만만치 않게 미쳐 있었는데 그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은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파이기 사장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다녀 유명해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대여섯 번의 시도 끝에 입학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아비 아라드 당시 마블 스튜디오 CEO는 마블 코믹북들에 관한 파이기 사장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해 그를 2인자로 영입한다. 이 때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영상제작부서였는데 파이기 사장은 직접 영화를 만들자고 꾸준히 주장했다. 

당시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영화들은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영화마다 각각의 색깔이나 완성도가 제각각이었던 데다 원작과 너무 달라 원성을 사기도 했기 때문이다. 파이기 사장은 코믹북 캐릭터들을 지닌 스튜디오가 직접 주도권을 쥐고 원작을 균형있게 구현하는 마블 세계관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 영화를 만드려면 외부 제작자에게 맡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파이기 사장은 그것이 영화를 망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는 마블 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원작 만화의 작가, 편집자들과 함께 제작위원회를 구성했다. 제작위원회가 전체적 윤곽을 짜고 작품별, 단계별로 감독에게 제작을 맡기는 방식이다.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팔려나간 캐릭터 판권도 다시 회수에 나섰다.

2007년에는 아비 아라드가 CEO에서 물러나면서 파이기 사장이 마블 스튜디오 대표에 앉는다.

이듬해 개봉한 ‘아이언맨’은 그로서는 모든 것을 건 모험이었다. 당시 마블 스튜디오는 블록버스터급 영화 한 편이 망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이었다.

파이기 사장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언맨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영화적 세계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재정적 여유와 업계의 신뢰를 모두 얻는다.

이후 마블 세계의 영웅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상대와 싸우면서도 ‘어벤져스’에서는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의 규모를 키워왔다. 인피니티 워에는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활약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합류한다.

마블의 세계가 10년 동안 꾸준히 넓어지면서 파이기 사장의 위상도 달라졌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 2)’의 대성공 이후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는 마블 스튜디오를 마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아닌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직속으로 승격시켰다. 파이기 사장의 직속 상관도 아이작 펄머터 마블 엔터테인먼트 CEO가 아닌 알란 혼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CEO가 됐다. 

◆ 케빈 파이기의 마법은 계속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모두 세계관을 공유한다. 캐릭터가 겹치고 이야기는 중첩되며 이 연속성 있는 서사를 알아야만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끝에 나오는 ‘쿠키 영상’이 매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 역할을 한다.
 
2008년, 아이언맨의 쿠키 영상에는 마블 영웅들을 총괄하는 조직 쉴드(S.H.I.E.L.D.)의 국장 ‘닉 퓨리’가 등장한다. 그는 영웅군단 ‘어벤져스’의 탄생을 예고하는데 이것이 마블 세계관의 시작이다. 

10년 뒤의 이야기 ‘인피니터 워’는 지난해 개봉했던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이어진다. 라그나로크에서 살아남은 아스가르드 행성인들은 희망을 안고 지구로 향하지만 쿠키 영상에서 타노스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우주선은 처참한 대학살의 현장으로 바뀐다.

인피니티 워에 다시 나타난 타노스는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애버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최악의 악당 타노스는 그러나 가장 매력적 악당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가 믿는 정의를 위해 아끼고 사랑하던 것을 희생하며 눈물을 흘리는 복합적 인물이다. 타노스에게 우주 숙청은 정말로 필요한 '절대 선'이며 피할 수 없는 희생인 것이다. 

각각의 정의가 복잡하게 얽히는 인피니티 워는 어둡고 절망적이다. 수많은 영웅들이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채 타노스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무거운 상실감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마지막에서 관객들에게 한 줌 희망을 준다. 인피니티 워의 쿠키 영상은 마블 시리즈 최강의 영웅이자 최초의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의 등장을 시사하고 있다. 내년 ‘캡틴 마블’에 이어 차례로 개봉하는 ‘어벤져스 4편’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4편은 마블 세계관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기 사장은 미국 매체 유프록스(uproxx)와 인터뷰에서 “이 두 영화는 십여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에 일종의 종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대교체일뿐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안하지만 마블 영웅들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죽을 겁니다.” 파이기 사장은 죽기 전에 결말을 알 수 있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말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7천 개에 이르는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다. 우주를 구하기 위한 '마블 제국'의 거대한 전투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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