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옛 영광’ 되찾기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제완 대표이사는 코스닥에 상장된 패션기업 데코엔이와 인수합병으로 싸이월드를 상장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뉴스 추천서비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쓰일 투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6월까지 데코앤이의 지분 5.99%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까지 인수한다.
데코앤이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전제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정관에 포털사이트 운영과 인터넷 관련사업을 추가한다.
싸이월드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데코앤이의 주가는 27일과 28일 이틀 연속으로 상한가를 보이기도 했다.
싸이월드는 데코앤이를 통해 코스닥 우회상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싸이월드가 데코앤이와 인수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 지위를 차지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상장사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자금을 조달 받아 SNS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 대표와 싸이월드의 관계는 특별하다. 한때 원수였는데 이제는 키를 잡고 있다.
그는 1999년 온라인커뮤니티사이트 프리챌을 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가다. 프리챌은 당시 가입자 1천만 명을 끌어 모을 정도로 성공했지만 싸이월드가 2000년대 국내 최고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떠오르면서 몰락했다.
전 대표는 2002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까지 되며 프리챌 대표에서 물러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동영상 플랫폼회사 유아짱(현 에어라이브코리아)을 설립했고 미국의 동영상 플랫폼회사 에어(Aire)의 지분을 인수했다.
2016년 에어를 통해 싸이월드를 인수하며 국내 SNS시장으로 14년 만에 복귀했다.
전 대표는 싸이월드와 에어의 동영상 플랫폼을 결합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싸이월드 되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싸이월드는 한때 사용자가 3200만 명이 넘었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밀려 현재는 실사용자가 거의 없다.
싸이월드는 최근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큐(CUE)’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와 연동한다.
큐는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사용자의 뉴스 소비패턴에 따라 전문가가 추천하는 뉴스를 제공하는데 이른바 '가짜 뉴스'를 막아주고 읽을 만한 기사를 추천해준다고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출시 열흘 만에 5만 건 이상의 내려받기를 달성했다.
싸이월드는 ‘일촌맺기’와 ‘미니홈피’로 대표되던 SNS 서비스도 새롭게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싸이월드가 제 모습을 갖추면 데코앤이의 패션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데코앤이가 속해있던 키위미디어그룹도 싸이월드에 지분을 넘기기 전부터 데코앤이의 패션사업을 미디어사업과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전 대표는 “데코앤이가 (패션브랜드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사업 등으로 싸이월드의 해외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1963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1999년 프리챌을 창업하고 대표이사를 지내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형을 마친 뒤 2008년 유아짱을 설립했고 2016년 싸이월드를 인수해 대표이사가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