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산업의 밭을 갈고 있다.
카카오에서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었던 것처럼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앞세워 이곳에서도 새 생태계를 조성하는 꿈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2017년 12월 두나무 대표를 맡으면서 페이스북에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 등의 합류 제의를 받고 다시금 가슴 뛰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한 배를 탄 송 의장은 이전부터 가상화폐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대표가 2011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제의를 받아 카카오에 합류했을 당시에도 김 의장이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향후 목적으로 강조했던 것과 닮은꼴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생태계는 이 대표에게도 낯선 도전이다. 그는 SNS에서 “내게 생소한 분야이고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 긴장된다”는 소회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을 앞세워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했던 경험을 두나무에서도 살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생태계를 만들려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잡초나 해충 등 ‘교란생물’을 구제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생태계의 기반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코드박스와 루트원소프트에 투자한 데에 이어 3년 동안 1천억 원을 관련 업계에 투자할 계획을 26일 내놓았다.
이 대표는 업비트에서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 표준지수인 업비트암호화인덱스(UBCI)를 내놓는 일도 앞장서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추진하는 대로 4월에 업비트암호화인덱스를 내놓게 되면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시장 상황을 지금보다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가상화폐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가상화폐 생태계의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카카오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에 힘써 카카오톡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생태계를 망치는 가상화폐 공개(ICO) 사기 등 불법 행위를 뿌리 뽑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가상화폐 공개는 특정 가상화폐를 시장에 내놓을 때 첫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를 조금씩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다단계 코인 신고제’를 도입해 업비트에 불법 다단계코인을 신고하는 투자자에게 포상금 100만 원을 주고 있다.
업비트를 통해 가상화폐시장의 안정화를 돕는 다른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거래자를 보호할 대책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업비트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선두주자이자 블록체인산업을 이끌 대표사업자로서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카카오에 있었을 때 썼던 영어 이름은 비노(Vino)였다. 비노는 영어와 스페인어 양쪽에서 포도주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 대표가 가상화폐 생태계를 풍요롭게 조성하는 데에 성공해 잘 익은 성과로 빚은 축배를 들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