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1월29일 서울특별시 노원역 부근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일자리 안정자금이 4대보험가입 요건에 발목이 잡혔을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강력하게 밀고 있지만 4대보험 가입 등의 부담으로 신청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사람은 9일 기준 112만 명을 넘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업주가 월급을 지급한 뒤 신청할 수 있어 1월 초기 신청률이 저조했던 것”이라며 “2월부터 신청자가 급증하며 정부가 내놓은 예상 신청자 목표치를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자금 신청자 증가 추이는 정부의 애초 기대보다 더뎌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자 수를 236만4천 명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안정자금 신청자는 정부 예상치의 47.4%에 머물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책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1월과 2월에 신청자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데 비하면 크게 부진하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요건 가운데 ‘4대보험 가입’이 필수조건으로 명시된 점이 신청자 증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에 4대보험 가입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34.7%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1개월 이상 일했고 4대보험이 가입돼 있는 월 평균 보수 190만 원 미만의 가입자에게 지원된다.
지원액은 최고 13만 원까지인데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월별 보수 190만 원가량을 받는 노동자가 4대보험에 가입하면 회사는 17만1천 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등의 4대보험 가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되던 ‘4대보험 미가입 특별자진 신고기간’도 3월31일에 끝난다.
정부는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업장 과태료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특별자진신고 기간이 끝나고 4대보험에 가입하면 사업장은 과태료 뿐 아니라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 3년치를 모두 내야 한다.
3월 이후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고 싶어도 신청을 꺼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대보험 미가입 특별자진 신고기간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며 “3월31일이 지나면 과태료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보험 가입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10명 미만의 사업장에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신규가입자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과 함께 확대해 시행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의 60% 정도를 지원했지만 올해 초부터 정책을 확대시행하면서 5명 이상 10명 미만 사업장에 80%, 5명 미만 사업장에 90%를 지원한다.
올해 건강보험을 새로 가입하는 사람에게 건강보험료 50%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줄여주는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등이 걱정하는 것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끝난 뒤의 부담인데 그 부분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자금 지원수준에 비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끼리의 엇박자로 신청 과정도 복잡하고 각 부처의 사업 중요도 인식이 일치하지 않아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자리 안정자금 실무업무를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노동조합은 12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의 목적과 동기에는 동의하고 조기 안착을 바란다”며 “하지만 기관끼리 시스템이 공유되지 않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다 보니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정책의 신뢰 유지를 위해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고 땜질식 처방이 아닌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