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이 생긴 부영그룹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14일 용역기업과 송도테마파크 사업부지의 토양정밀조사 계약을 체결하고 설 연휴가 끝난 뒤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영주택이 송도테마파크를 건설하려는 땅은 과거 대우자동차판매가 사용했던 곳으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911번지 일대의 49만9575㎡ 규모다.
전자시계·컴퓨터제조기업인 한독이 대우자동차판매에 땅을 넘기기 전인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매립공사를 진행하며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 건설폐기물 등 각종 폐기물 수십만 톤을 매립한 땅이기도 하다.
부영주택은 이 땅을 2014년에 인천시로부터 당시 공시지가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150억 원에 매입했고 이 곳에 인천시민을 위한 테마파크와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지난해 한 차례 토양 샘플링조사를 실시한 결과 벤젠과 비소, 납, 불소 등 다량의 오염물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다시 조사를 벌여 토양오염 복원공사 등을 실시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토양정밀조사에 필요한 기간이 통상 석 달 넘게 걸리는 점을 감안해 4월 말까지로 예정된 실시계획인가 허가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렸다.
이를 놓고 부영주택이 사업 투자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고 여전히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기간 연장만 요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영주택은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이미 세 차례나 사업계획서 제출기한 연기 조치를 받았다. 사업부지를 인수한 뒤 인허가 관련 절차이행을 고려해 인천시로부터 적합한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부영주택의 움직임을 살펴볼 때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영주택은 애초 송도테마파크 인근에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해 39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지난해 인천시 연수구에 도시개발사업 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1040세대 많은 4960세대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별개로 주택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를 상대로 사업기간 연장과 관련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월에 “부영주택은 세대수 변경이 또 다른 특혜라는 여론의 질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인천시와 토양오염 처리문제를 놓고 모종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 당연히 처리해야 할 사안을 영리하게 활용해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세대수도 늘리려는 검은 속셈을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영주택은 과거에도 폐기물매립지나 오염된 공장 부지 등을 싼 값에 사들인 뒤 분양경기가 호황을 탈 때까지 환경정화작업을 실시하지 않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대규모로 아파트단지를 조성해 돈을 번 사례가 있다.
부영주택이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도시개발이익만 생각하고 있어 인천시를 상대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인천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부영주택 관계자는 “사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토지정밀조사를 실시한 뒤 환경 복원 등의 문제를 절차대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와 별개로 이중근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된 상황에서 72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송도테마파크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 회장은 그동안 부영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강한 의사결정력을 발휘하며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는데 총수가 부재하면서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송도테마파크 사업이 각종 논란에 휘말리자 지난해 말 인천시를 직접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꼭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한 것”이라며 “(이 회장의 구속과 관계 없이)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