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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뒤 삼성 계열사 주식 18조 평가이익 거둬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8-01-31 09: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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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뒤 삼성 계열사 주식 18조 평가이익 거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2월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식 보유를 통해 얻은 평가이익이 1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한 특검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끼쳤다고 파악한 손해 1천억에 비해 무려 180배나 많은 액수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2월5일 열리는데 이런 점이 재판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1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분기보고서와 각종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최근까지 이어진 주가상승에 힘입어 대폭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약 1260만 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9.71%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후인 2015년 9월15일부터 현재까지 약 2.2배 뛰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액은 17조 원 이상 늘었다.

국민연금이 약 9%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기 주식의 가치도 이 기간에 약 1700억 원가량 늘었고 8% 정도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SDI 주식의 가치도 같은 기간에 69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한 삼성그룹 계열사는 호텔신라 뿐이다. 이 기간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호텔신라 주식의 가치는 약 1219억 원 정도 줄었다.

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이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중간에 사고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정확히 어느 정도 평가이익을 얻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율이 삼성물산 합병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의 주가 상승폭으로 볼 때 지분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해 얻는 배당수익도 해마다 약 4천억 원대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현 주가가 합병직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합병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주며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도록 청탁했고, 국민연금은 이런 손해를 예상하면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해 6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기소하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최소 1387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혐의를 적용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삼성물산 합병찬성으로 국민연금 투자손실이 모두 2356억 원에 이른다는 집계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가하락으로 보유지분의 평가액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유지분 평가액은 주가변동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만큼 특정시기를 놓고 손실규모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지분 대부분을 합병 뒤부터 계속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식을 팔아 실제로 손실을 입기 전까지는 손해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과 합병 뒤 가장 높았던 2016년 10월25일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1229억 원 가량의 지분평가 이익을 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10개 증권사의 현재 삼성물산 목표주가 평균도 약 18만6700원으로 통합 삼성물산 출범 직후 주가였던 16만3천 원을 웃돈다.

특검은 항소심에서도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하면서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은 혐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뇌물공여와 재산국외도피, 횡령 혐의 등을 모두 반박하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을 청탁한 적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를 통해 얻은 지분평가의 이익규모를 봤을 때 결국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긍정적 성과를 낸 것이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반적 주가 상승에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지배구조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연금도 삼성물산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안정화에 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서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댔다는 특검의 주장은 억울하다”며 이런 오해만은 꼭 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해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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