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사면초가, 전수용 갈 길이 구만리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1-18 13: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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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사면초가, 전수용 갈 길이 구만리
▲ 전수용 빗썸 대표.
전수용 빗썸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갈 길이 구만리다.

빗썸은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다 최근 정부규제와 세무조사, 집단소송 등 암초를 줄줄이 만났다. 업비트의 공세에 가상화폐 거래소 1위라는 자리도 넘겨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왕좌를 최근 업비트에 넘겨줬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업비트가 빗썸의 거래규모를 넘어섰다는 추정이 이미 나오고 있었지만 16일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수치가 공개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업비트는 18일 3시 기준 하루 거래규모가 79억1153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빗썸은 54억2556만 달러로 2위에 그쳤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등장한 이후 빗썸보다 훨씬 다양한 가상화폐를 취급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빗썸은 줄곧 1위 거래소라는 점을 강조해 홍보해왔는데 자존심을 구겼을 뿐 아니라 가장 큰 마케팅 수단도 잃게 됐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특성상 점유율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수용 대표로서는 1위를 탈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전 대표는 취임과 함께 두나무라는 어려운 적수를 만났다.

전수용 대표와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12월 말 나란히 취임했다. 두 사람은 모두 IT업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거물이다.

전 대표는 국내 최초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이니시스의 초기멤버다. 2000년 이니시스 대표를 역임하고 모빌리언스 대표와 고도소프트 대표를 거쳐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초까지는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지냈다. 

빗썸과 두나무는 새 대표체제 아래서 핀테크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 대표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을 두루 아우르는 산업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적임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석우 두나무 대표도 만만치않다. 

이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신화’를 일군 주역이다. 그의 합류로 두나무와 카카오의 연결고리도 강화됐다.

전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하는 셈이다.

전 대표는 고객들의 집단소송과 마주쳐야 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최근 소송인원 모집을 끝내고 소장을 제출했는데 서버장애에 따른 피해소송,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송을 합치면 소송인원은 640명이 넘는다. 

빗썸은 지난해 11월 접속 폭주로 전산장애를 일으키면서 한 시간가량 거래가 중단됐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했다가 급락한 시점이었는데 이용자들이 서버 장애 때문에 제 때 팔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거래 지연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빗썸이 가격 급등락이 있을 때마다 일부러 서버를 중단해 시세조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11일에는 출금 요청이 밀려 서비스가 지연됐다며 고객의 원화 환급요청을 일주일째 들어주지 않아 논란도 빚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빗씸을 겨냥해 "그동안 해킹, 전산사고에 따른 거래중단 등이 자작극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정부는 거래소 폐쇄 카드까지 꺼내들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강공을 퍼붓고 있다. 빗썸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은 만큼 아무래도 강공의 일차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빗썸은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또한 이런 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세청은 10일부터 빗썸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구체적 조사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이 투입된 만큼 간단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과거에도 비슷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00년 이니시스 초기멤버로 합류했다. 그러나 당시는 온라인 전자결제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이라 사회적으로 이해가 부족하고 매출도 없다시피 했다.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전자결제 대행이라는 서비스가 일종의 ‘카드깡’이 아니냐는 오해를 샀고 전 대표는 검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금고를 압수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피라미드 사기, 실체없는 거품이라는 의혹을 받는 지금의 가상화폐 상황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빗썸 대표로 취임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빗썸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때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빗썸은 지난해 1월 월간 거래액이 3천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97조 원 까지 늘어났다. 1년 만에 300배가 넘게 뛴 셈이다. 회원 수도 34만 명 에서 250만 명으로 7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미래도 불확실하고 빗썸의 미래도 불안하다. 전 대표는 그런 빗썸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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