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은 왜 선데이토즈를 인수했을까?
스마일게이트의 대표 총싸움 게임인 크로스파이어는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 의장은 최근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가 8일 선데이토즈 창업자인 이정웅 전 대표 등으로부터 지분을 추가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자 스마일게이트의 인수합병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혁빈 의장은 지난해 7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나 투자 및 재무 전문가인 양동기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를 통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했으며 권 의장은 ‘큰그림그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이후 게임의 자체적 개발 대신 투자와 인수합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바꾸었다.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사를 출범했으며 동남아시아시장 공력을 위해 최대 수천억 원대의 투자펀드도 조성했다.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인수전 뛰어드는 등 부동산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올해부터 스타트업 직접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청년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말 열린 ‘홈커밍데이’를 통해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서 한걸음 나아가 직접 투자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마일게이트의 이런 변화를 놓고
권혁빈 의장이 위기의식을 느껴 결단을 내렸다는 말이 나온다.
스마일게이트는 2009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내놓은 총싸움게임 ‘크로스파이어’가 흥행하며 일약 굴지의 게임회사로 도약했다.
2016년 매출은 6619억 원, 영업이익은 3748억 원이다. 매출은 국내 5위였지만 영업이익은 넥슨에 이어 2위였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하나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로스파이어 매출은 전체 스마일게이트 매출의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장은 단일게임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4년 지배구조를 개편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플랫폼사업을 통합해 관리하는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출범하고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배급과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적자가 69억 원에서 39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플랫폼사업을 분리해 스마일게이트스토브를 출범했지만 이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마일게이트가 그동안 내놓은 모바일게임 가운데 현재 국내 구글 애플리케이션 장터에서 최고매출순위 100위 권 안에 든 게임은 하나도 없다.
이러는 동안 블루홀이 지난해 3월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배틀그라운드는 특히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크로스파이어와 이용자층이 겹친다. 이 때문에 스마일게이트가 앞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의 총싸움게임 서든어택도 스페셜포스, 크로스파이어 등과 경쟁에서 이기고 국내 총싸움게임 시장을 제패했지만 지난해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자 국내 PC방 점유율이 10%대 중반에서 5%이하로 급감했다. 서든어택 개발사인 넥슨지티는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선데이토즈에 이어 게임개발사 인수에 추가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보유한 현금은 수조 원에 이른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의 경우 2008년 약 4천억 원을 투자해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인 네오플을 인수했는데 현재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연매출은 8천억 원에 이른다”며 “자체 개발만이 꼭 정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