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반도체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현지업체와 위탁생산 합작법인 설립 등 협력방안을 찾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의 자본력과 적극적 지원을 통해 실익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중국을 반도체사업의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삼고 올해도 시설투자를 꾸준히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말까지 중국 D램 공장에 들인 증설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했다. 전체 D램 생산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법인에 투자와 운영자금도 대거 투입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 생산법인에 1조1161억 원을, 충칭법인에 2723억 원의 출자를 결정했다.
올해는 중국 D램 생산공장 규모를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리는 증설투자가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계획된 만큼 장비 반입 등 본격적 투자에 더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중국은 인건비가 비교적 낮고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키우기 위해 해외업체의 시설투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생산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사업인 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진출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위탁생산 전문법인과 신규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반도체 기술의 유출을 우려해 중국업체의 협력 제안을 거절해왔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반도체기업을 경쟁사로 맞이하게 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후발주자 수준에 그치고 사업 확대도 더욱 다급해 전략의 변화를 검토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가 중국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중국 투자가 갈수록 확대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주요기업의 공급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통상압박에 나설 채비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정부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의 독점금지규제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호적 관계를 강화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SK하이닉스가 중국업체와 메모리반도체에서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도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의 확보가, SK하이닉스는 빠른 투자 확대와 자금 확보가 과제이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일렉트로닉스위클리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계획을 논의중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칭화유니그룹은 과거 미국 마이크론 인수 등 해외 반도체기업의 기술확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당시에도 SK하이닉스에 다양한 협력제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기업과 반도체 기술협력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칭화유니그룹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사실이 없다는 공식성명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가 실제로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할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업체의 진출은 곧 SK하이닉스도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으로 중요한 국가인 만큼 현지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익을 얻기 위한 투자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합작법인 설립 추진 가능성 등은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투자계획도 아직 미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