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D램시장의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서버용 D램의 평균가격은 내년까지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버용 D램 중심으로 라인업을 전환하고 미세공정 적용을 확대하는 데 대규모 추가투자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데이터서버 수요증가에 힘입어 내년에 서버용 D램 중심의 반도체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MS 등 글로벌 상위 6개 IT기업의 서버 시설투자금액은 내년에 536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추정치보다 13%, 지난해보다 26% 정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IT기업들의 신규 서버투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고성능 서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서버용 D램과 SSD 등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전체 D램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D램의 시장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스마트폰업체들이 내장메모리 용량을 올리는 데 원가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모바일분야에서 D램 수요가 상승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C용 D램 역시 수년째 침체기에 접어든 만큼 전체 D램 시장에서 유일하게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는 서버용 제품이 반도체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글로벌 서버용 D램 매출이 3분기에 직전분기보다 25.2% 성장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최대 10%의 가격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버업체들이 D램 공급부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재고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서버용 D램시장에서 45.9%, SK하이닉스는 32.3%의 매출점유율로 시장지배력을 이전보다 더 끌어올리며 가격상승의 수혜를 대부분 독점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의 수요둔화를 만회하며 수혜폭을 키우기 위해 서버용 D램 비중확대와 미세공정을 통한 원가절감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서버용 D램에 대부분 20나노 공정을, SK하이닉스는 21나노 공정을 각각 주력으로 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의 서버용 D램에서 18나노 공정의 비중이 올해 말 40%, 내년 2분기 50%까지 늘어나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를 뒤따라 내년 1분기 말까지 18나노 공정을 도입한 뒤 내년에 비중을 점차 확대하며 서버용 D램의 비중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처럼 D램 시장변화에 대응해 서버용 제품의 공급을 빠르게 확대하려면 기존 PC와 모바일 D램 생산라인을 서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D램의 기술적 특성상 미세공정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공간과 공정단계가 크게 늘어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버용 D램에 들여야 하는 투자금액도 막대한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 미세공정화가 진행되며 시설투자금액도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버용 D램은 수익성이 다른 반도체 제품보다 높고 한국업체들이 우위를 갖춘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요증가에 대응해 투자를 앞당길수록 수혜폭을 더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규공장 일부에도 D램 생산장비를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설투자가 계획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에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급증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변화에 대응해 투자계획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