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중공업·조선·철강

조선3사, 비싼 수업료 낸 해양플랜트도 외국조선소 공세에 입지 불안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7-11-13 16:10:55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부문에서도 해외 조선사의 맹추격을 받게 될까.

대형 조선3사는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 막대한 ‘수업료’를 치러가며 해양플랜트부문에 주력했지만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사의 저가공세가 만만치 않아 해양플랜트부문을 수주텃밭으로 확보해둘 수 있을지 불안하다. 
 
조선3사, 비싼 수업료 낸 해양플랜트도 외국조선소 공세에 입지 불안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3일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이 울며 겨자먹기로 스타토일의 북해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이라며 “셈코프마린이 워낙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이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스타토일은 북해 유전 요한카스트버그 개발프로젝트에 투입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건조하기 위해 하부구조물 입찰을 최근 진행했다.

이 입찰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와 싱가포르조선사 셈코프마린, 중국 조선사 등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유력한 승자로 점쳐왔다. 대형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입찰가와 가장 짧은 건조일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셈코프마린이 스타토일과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을 수주와 관련해 10일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셈코프마린이 제시한 입찰가는 약 4억9천만 달러로 대형 조선3사의 입찰가보다 17~22% 정도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3사가 싱가포르 조선사의 저가공세에 밀려 북해 해양플랜트 수주를 놓친 셈이다.

베세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셈코프마린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건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건조비용을 과소평가해 저가수주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셈코프마린이 스타토일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는 소식은 10일 오전 알려졌지만 싱가포르증시에서 셈코프마린 주가는 이날 1% 정도 올랐다가 13일 다시 내렸다.

셈코프마린은 올해 3분기에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이 64% 넘게 줄었을 뿐 아니라 수주잔고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셈코프마린이 수익성이 나쁠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스타토일의 해양플랜트를 저가에 수주했을 수도 있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시장환경이 회복되려는 조짐을 보일 때마다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돼왔다”며 “과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시장에도 중국이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형 조선3사의 시장점유율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면 대형 조선사의 경쟁력도 재확인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선3사, 비싼 수업료 낸 해양플랜트도 외국조선소 공세에 입지 불안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그러나 대형 조선3사가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사 등으로부터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거센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해양플랜트는 더 이상 한국 조선사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과거 한국 조선사들이 과점하던 대형 해양플랜트시장에 싱가포르와 중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특히 싱가포르 조선사가 신규야드를 건설하면서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셈코프마린 등 싱가포르 조선사는 그동안 해양플랜트 개조사업을 중점적으로 수주해왔으나 최근 해양플랜트를 새로 짓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셈코프마린은 스타토일의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 수주건뿐 아니라 로열더치셸의 비토프로젝트에 쓰일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도 삼성중공업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는 2010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과점해왔지만 기본설계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탓에 2013~2015년까지 막대한 적자를 봐왔다. 

대형 조선3사가 이런 적자를 ‘수업료’ 삼아 해양플랜트 수주경험을 쌓은 만큼 앞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두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곧바로 해외 조선사의 맹추격과 맞닥뜨린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3사가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부문에서 해외 조선사와 기술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며 “대형 조선3사의 미래는 해양플랜트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업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

인기기사

'틱톡 강제매각'이 메타와 구글에 반사이익 전망, 광고매출 최대 절반 뺏는다 김용원 기자
화웨이 포함 중국 반도체 'HBM 연합' 구축, SK하이닉스·삼성전자 대안 찾는다 김용원 기자
롯데월드타워·몰 '포켓몬타운'으로 변신, '피카츄 아트벌룬'에 '퍼레이드'까지 남희헌 기자
SK온 수석부회장 최재원 '캐즘 극복' 주문, “대여섯 마리 토끼 동시에 잡아야" 류근영 기자
[한국갤럽] 윤석열 지지율 24%, 금투세 ‘찬성’ 44% ‘반대’ 38% 김대철 기자
시프트업 콘솔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대박 조짐, 하반기 기업공개 '청신호' 조충희 기자
유아인 리스크 ‘종말의 바보’ VS 정종연 없는 ‘여고추리반3’, 넷플릭스 티빙 조마조마 윤인선 기자
하이브 '어도어 경영권 탈취' 정황 증거 확보, 민희진 포함 경영진 고발 장은파 기자
마이크론 '미국 메모리반도체 재건' 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의존 낮춘다 김용원 기자
어도어 대표 민희진 경영권 탈취 의혹 정면돌파, "오히려 하이브가 날 배신" 장은파 기자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