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유통사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는 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모두 그룹의 앞날이 아마존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유통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 롯데그룹, 옴니채널 서비스 본격화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계열사가 운영하는 각 온라인몰의 시너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이 일찌감치 그룹의 온라인사업을 놓고 고민을 시작한 데 비해 출발이 늦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2009년 말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오르며 경영전면에 등장한 직후부터 온라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온라인사업 투자에 나섰다. 그 뒤 2014년 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출범했다.
반면 백화점부터 시작해 홈쇼핑까지 매우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덩치가 큰 만큼 그룹 차원의 온라인사업 대응은 조금 늦어졌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슈퍼몰, 롯데인터넷면세점 등 모두 7곳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2년 전부터 SSG닷컴에 대응하는 그룹 내 통합 온라인몰 신설을 검토해왔으나 이 계획을 접고 11번가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인수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던 11번가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은 최근 열린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11번가 인수가 무산된 지금 롯데그룹의 온라인사업 전략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원론적 수준의 대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신동빈 회장은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롯데그룹의 강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있는데 옴니채널을 위해서라도 온라인사업 강화는 필수적이다.
옴니채널(Omni-Channel)쇼핑이란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쇼핑체계를 말한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구경하고 물건을 고르고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옴니채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옴니해본적 옴니’라는 광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홍보도 시작했다. 모바일 결제서비스 L페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는 스마트픽, 고객의 위치에 기반해 쿠폰과 정보 등을 제공하는 L팟,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스마트퀵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이투프로젝트라는 태스크포스(TF)팀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롯데그룹의 옴니채널, 온라인사업 강화 등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 파트너 찾기 공들이는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역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다만 보유한 유통채널이 롯데그룹보다 적은 만큼 파트너와 협업 등을 통해 온라인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은 이미 2014년 신세계그룹 내 온라인쇼핑몰들을 하나로 통합해 SSG닷컴을 출범했다. 그러나 거래규모는 여전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의 현재 연간 거래액은 2조 원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의 14조 원, 11번가의 7조 원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용진 부회장이 그동안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온라인사업을 확대했던 만큼 11번가 외에도 다양한 이커머스기업을 놓고 신세계그룹의 인수가능성이 꾸준히 떠오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말까지 온라인사업과 관련해 ‘깜짝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한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아마존과 협업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11번가뿐만 아니라 티몬이나 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기업과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8월 스타필드고양 개장식에서 “온라인사업 강화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많다”며 “올해 안에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9월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온라인도 잘하는 오프라인기업이 유통그룹들의 지향점이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기업이 목적이 됐다”면서 “내부적으로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