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프랜차이즈매장을 열고 동남아 소주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인규 대표는 적자에 허덕이는 맥주사업을 정비하고 대신 소주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11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소주브랜드 전문점 ‘하이트진로포차’ 1호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직영점을 포함해 베트남에 20개 이상의 매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두바이공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 면세점에서 소주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글로벌비전2024’를 발표했는데 당시 “향후 국내 주류시장 변화에 적극대응하고 해외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 국가를 시작으로 향후 유럽, 아프리카까지 수출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대표에 오른 뒤 줄곧 해외공략을 강조해왔다. 그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하이트진로그룹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 종합주류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8월 ‘하이트진로베트남’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본격적인 동남아 주류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93만 달러로 지난해 매출인 252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동남아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해외매출을 5254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5년보다 4배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맥주사업을 정비해 확보한 여력을 기반으로 소주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맥주사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 누적적자가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맥주공장 한 곳을 매각해 비용부담을 줄이기는 대신 해외에서 소주사업을 확대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맥주시장은 전 세계 맥주시장의 불과 1% 규모”라며 “글로벌 브랜드와 하이트가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시장이 굳어진 맥주보다는 시장이 형성 중인 소주가 수출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맥주 위주로 생산하던 마산공장에 소주 병입라인을 추가하며 소주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마산공장은 하이트진로의 ‘수출전진기지’로 통하는데 향후 소주수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맥주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노조의 파업 등은 김 대표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 대표가 평소 냉철하게 사업을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맥주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소주의 수출을 강화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11년 “(맥주시장에서) 전국 점유율 1위는 지켰지만 수도권에서 오비맥주에 1위를 내준 것은 하이트진로가 졌다는 뜻이다"며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보다 인정할 때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