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서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의 반대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기업 CEO를 초청하는 간담회를 여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반도체 굴기’라고 불릴 정도의 대규모 투자로 LCD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적이 있다”며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요 부품업체들이 일제히 중국에 수조 원대의 증설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3년 동안 8조 원 이상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의 D램 공장증설에 내년 말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지방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2조 원 이상의 금액을 들여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기존 LCD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자체 보안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기술유출 우려가 없다”며 “LCD 기술도 유출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중국공장 투자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10월까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올레드패널공장 설립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계획중인 투자는 이미 가동중인 공장에서 같은 품목을 증설해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형 올레드패널공장이 중국에 증설되는 것은 처음인데다 중국정부의 자본까지 투입되는 만큼 정부가 LG디스플레이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설투자가 필요한 만큼 국내 신규공장과 중국공장에 동시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중국 올레드공장 투자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체질개선도 그만큼 늦어져 실적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정부가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장에 정치적인 영향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