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하자마자 노조의 반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마무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은 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생존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른 중소 조선회사들의 구조조정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행장은 현재 진행 중인 실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른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성동조선해양의 독자생존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지분 70.6%를 보유한 최대주주라 채권단을 구성하는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다른 채권금융기관은 무역보험공사와 NH농협은행이다.
채권단이 실사결과를 살펴 유동성 부족을 자체적으로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면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될 수도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9월 안에 성동조선해양 실사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채권단에서 향후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행장에게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숙제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대주주로서 성동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2010년 4월 성동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지금까지 공적자금 2조 원 이상을 지원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은 2010~2015년에 누적 영업손실 1조596억 원을 봤다. 지난해 흑자전환했지만 5월에 수주한 석유제품운반선 7척을 빼면 2015년 12월 이후 신규 수주물량도 없다.
다만 수출입은행이 7월 성동조선해양에 신규 수주물량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내주면서 생존 가능성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KDB산업은행과 협력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 경우 중소 조선회사들의 전반적인 사업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 행장도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된 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말할 시점은 아니지만 해운과 조선업 구조조정을 최우선과제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 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노동조합의 반발부터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은 행장이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성과연봉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는 이유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은 행장은 취임한 지 4일째인 14일에도 출근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장기화할수록 은 행장이 금융당국이나 다른 채권금융기관 등과 상황을 조율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은 행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성동조선해양 실사가 이뤄져왔던 만큼 채권단 논의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출근저지와 관련)노조와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