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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CEO와 피에르 악셀 뒤마 에르메스 CEO(오른쪽) |
세계적 명품회사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과 에르메스가 화해의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놓고 지난 4년 동안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왔는데 이번에 '명품 핸드백' 전쟁으로 불리던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
◆ 4년 '명품백 전쟁' 휴전합의
LVMH와 에르메스는 LVMH가 보유한 84억 달러 상당의 에르메스 지분 23.2%를 기존 주주와 기관투자자에게 배분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두 회사는 또 그동안 진행하던 모든 법적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LVMH의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오르와 아르노 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에르메스의 지분을 취득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프랑스 파리 상사법원의 중재로 이뤄졌다.
두 회사는 성명에서 “오늘 합의로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는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올해 12월20일까지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아르노그룹이 보유하던 에르메스 지분은 약 8.5%로 줄어든다.
LVMH는 루이비통, 셀린, 드비어스, 위블로 등 초고가 명품과 모에샹동, 돔페리뇽, 헤네시 등 고급 주류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명품 회사다.
두 회사의 분쟁은 에르메스가 명품가방으로 루이비통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LVMH는 에르메스를 견제하기 위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01년 에르메스의 지분 4.9%를 비밀리에 매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렸다.
2010년 LVMH는 에르메스 지분 14.2%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고 그 뒤에도 지분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해 10월 주식 스와프 거래로 17.1%까지 지분을 늘렸다.
LVMH는 2010년 에르메스 지분취득 사실을 처음 공개하면서 단순한 투자목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LVMH는 에르메스 외에도 세계적 명품회사들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LVMH가 에르미스의 지분을 23.2%까지 늘리자 에르메스는 크게 당황했다.
에르메스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된 사실을 눈치챘다. 패트릭 토마 에르메스 CEO는 2010년 LVMH에 대해 “우리 정원에 난입한 침략자”라며 주식매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LVMH가 지분매입을 멈추지 않자 두 회사의 갈등은 더욱 격렬해졌다. 에르메스는 2012년 7월 LVMH가 경영권을 노리고 내부자거래 등 불법행위로 주식을 몰래 취득했다며 LVMH를 고발했다.
LVMH도 맞대응에 나섰다. 에르메스 지분인수는 우호적이고 장기적 투자라고 주장하며 에르메스의 비난과 제소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맞고소했다.
◆ 에르메스 가문, 경영권 방어 위해 똘똘 뭉쳐
그러자 에르메스의 창업자 가족들이 가문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에르메스는 1837년 티에르 에르메스가 창업했다. 그의 5~6대손인 가족주주들은 총 7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지분이 200여 명에게 잘게 쪼개져 있다는 점이었다.
에르메스는 가문의 주주들을 규합해 지분 50.2%를 보유한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경영권 방어에 들어갔다. 이 지주회사는 에르메스 가문의 후손들이 지분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에르메스는 8년 동안 이어진 전문경영인체제도 끝냈다. 대신 창업주의 6대손인 악셀 뒤마를 CEO로 임명해 LVMH의 경영권 위협을 방어하게 만들었다. 창업주의 6대손 40명 중 10명도 핵심요직을 맡아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각개전투에 나섰다.
에르메스가 전방위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LMVH는 지난해 7월 프랑스 규제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금액인 800만 유로(약 107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에르메스 주식을 매입하기 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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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MH그룹 브랜드 로고(위쪽)와 에르메스 브랜드 로고(아래쪽) |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룡 루이비통 그룹
LVMH그룹은 유명 패션·뷰티·보석 브랜드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공룡이다. LVMH그룹이 지금까지 인수합병한 회사들 목록을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루이비통·펜디·마크 제이콥스·도나 카렌·지방시·겔랑·셀린느·모엣 샹동·태그 호이어 등 세계 굴지의 명품 회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의 야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르노 회장은 ‘명품업계의 카사노바’로 불린다. 탐내는 명품 브랜드는 놓치지 않고 사들였다. 에르메스도 그가 노리고 있던 회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아르노 회장은 세계 갑부순위 19위에 올라있는데 총 재산은 310억 달러로 추정된다.
LVMH가 에르메스에 특히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던 이유는 에르메스가 명품업계에서 루이비통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은 38억 달러로 LVMH(253억 달러)의 6분의 1 수준이었지만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 격차는 오히려 줄었다.
시장조사회사 밀워드브라운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브랜드 가치는 2006년 루이비통의 가치를 100으로 했을 때 25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4였다. 그 만큼 에르메스의 브랜드 가치가 루이비통을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에르메스는 1만 달러가 넘는 버킨백과 스카프로 유명하다. 2008년부터 2012년 9월까지 매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8억 달러와 8억 달러 정도다.
LVMH가 주식을 집중 사들인 2010년 10월 100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에르메스의 주가도 현재 250유로가 넘을 정도로 올랐다. LVMH는 주식 차익만으로 24억 유로 가까운 수익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