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24 기후경쟁력 포럼'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상 현황과 한국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국제 플라스틱 협약 문안에는 굉장히 극단적 내용도 있고, 보수적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 의견을 잘 모아 절충안을 만드는 게 한국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은 1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공동 주최, ‘국제플라스틱 협약이 온다, 순환경제를 준비하라’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24 기후경쟁력 포럼'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사에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당사국 협상위원회 개최국을 맡은 한국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단장은 “현재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여러 협상위원회를 거치면서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다 보니, 협약 문안이 굉장히 방대해진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다가오는 8월 태국 방콕에서 전문가 그룹을 통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처음 승인됐을 때부터 생산, 소비, 폐기 등 전 주기에 걸친 플라스틱 문제를 세계 각국이 규제하는 협약을 2024년까지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현재 협약의 목적을 두고도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지난 3차 회의에서는 여러 이견을 수렴하다 보니 길어진 협약 문안을 간소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했는데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들이 다시 이견을 제기, 문안이 또다시 길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 등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 계속 이견을 제기하는 이유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문안에 플라스틱 생산량 통제 규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원유 생산국이거나 석유화학 산업을 크게 육성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에 유럽연합(EU), 페루, 르완다 등 협약에 진보적 국가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량부터 통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단장은 “그나마 국가들의 의견 차이가 없는 분야는 폐기물”이라며 “대다수 국가들은 생산자책임제도(EPR)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생산자책임제도란 플라스틱을 생산한 기업에 환경 처리 비용을 일정부분 부담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미국에서 여러 주 정부들이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중앙 정부가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부 폐기물 품목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는 “다만 이행 평가 부분에서는 강한 구속력이 있는 방법을 쓸지, 아니면 자발적 방법을 쓸지 다소 의견 차가 있다”며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몬트리올 의정서 사례처럼 선진국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몬트리올 의정서란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 가스를 퇴출하기로 한 국제협약으로 선진국 38개국이 우선적으로 실천했다.
그는 “다만 오존층 파괴와 달리 플라스틱 문제는 선진국들만 유발한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며 “기후변화를 유발한 온실가스처럼 선진국에 명확한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를 텐데, 플라스틱은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이렇듯 쟁점이 많이 남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최종 협상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최종 협약 성사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마지막 개최국이다 보니 EU, 미국 등 주요국에서 양자 회담 요청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환경부에서는 국내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잘 수렴하고,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 회의를 통해 협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