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5-16 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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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 개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500명 모셔다가 (연금 개혁 방안을) 결정하라고 그랬더니 이상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차라리 미루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에서 한 번만 더 회의를 열고 연금 개혁을 위한 화두를 던져달라는 한 고등학생 참가자의 발언에 아직 연금 개혁 방안을 결정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을 통한 저출생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더내고 덜받는 형태로 연금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출산 크레딧을 확대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출생과 연금 개혁을 연계해 다루자는 취지의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 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가했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나 당선인이 함께 마련했다. 저출산 문제가 연금 개혁 필요성을 앞당기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릴 방안이 없는지와 관련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권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인구정책연구실 박사는 국민연금이 그동안 조금 내고도 많이 받는 것이 가능했던 점을 놓고 마술(매직)이 아닌 속임수(트릭)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조금 내고 많이 받는 ‘마술’이 가능했던 것은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 덕분”이라며 “두 가지 요인이 모두 바뀌어 앞으로는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파이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파이가 사라지느냐 마느냐의 존재론의 문제가 됐다”라며 “시스템 자체가 어떻게 바뀌든 간에 결국 많이 내고 조금 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다루면서 노인 빈곤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 통계는 평균의 함정”이라며 “1950년생을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권 박사는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18세 자동 가입 △군대 복무 크레딧 지급 대신에 국민연금 의무 가입 △사후 지원 방식인 출산 크레딧 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 개혁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토론을 맡은 윤창현 의원은 국민연금으로 모든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국민연금 기금을 써서 노인 임대주택을 짓자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모든 것을 국민연금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라며 “국민연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을 축소하고 범위를 구체화해서 국민연금은 거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제도를 통해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공론화 결과에도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보면 2090년 이후로 고갈 시점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변하신 분들이 24.1%이며 절반이 넘는 사람이 2075년 이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하기를 바랐다”라며 “그런데 이분들이 구체적인 연금 개혁 방안을 선택할 때는 5.3%만 희망한 2060년에 고갈되는 방안을 선택했는데 뭔가 안 맞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연금 개혁을 하면서 가장 핵심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연금 개혁을 하자고 한 이유는 미래세대를 설득해서 어떻게든 연금 개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개혁을 시작했다"며 "시작의 취지는 어디로 가고 지금 태어난 아이가 만 40세 됐을 때 자신 소득의 30% 이상을 내는 방안이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개혁 시점을 기준으로 기대수익비 1을 충족하는 완전 적립식 신 연금을 적립해 운용하고 그 이전은 구 연금 계정으로 분리해 기존에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기대수익비 1은 보험료와 기금 운용수익의 합이 연금 급여와 같다는 뜻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 제도 개선과 함께 소득 하위 70%에게 제공되는 기초연금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출산 크레딧을 상향하고 국고에서 100% 지원하게 한다면 구 연금의 재정부족분 지원이 마무리된 뒤에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이용한 신 연금의 재정지원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노인들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기초연금에서 출산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 개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선진국과 대한민국의 출산 크레딧 제도를 비교하며 구체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출산 크레딧 제도는 합계 출산율이 0.72명인데도 자녀가 1명인 부모들은 혜택을 못 받는다”라며 “게다가 인정 기간이 짧고 사후 지원 방식이라 효과가 매우 적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선진국은 양육 발생 시점에 크레딧을 지원하고 그 재원은 국고에서 부담하며 인정 소득도 매우 높다”라고 덧붙였다.
정 부연구위원이 내놓은 방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자녀부터 자녀당 12개월씩 크레딧 부여(최대 60개월) △인정 소득은 현행 A값의 100% 유지 △국고 지원 100%로 확대 △노령 연금 획득 때 혜택이 주어지는 사후 지원 방식에서 사전 지원 방식으로 변경 등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은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출산 크레딧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은 아이가 자산에서 부채가 된 시대가 됐다”라며 “출산 크레딧을 1년 정도 주면 소득대체율이 1% 올라가는 것인데 이는 한 달에 2만 원 정도 더 받는 것으로 체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양육 크레딧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공하는 크레딧을 10년 가깝게 늘린다던가 기초연금 지급에 차등을 두는 방법 등을 통해 아이가 부채에서 자산이 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