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각) 집중호우로 침수된 브라질 리오그란데 도 술 주 포르투 알레그리시에 위치한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 월드컵 경기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에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폭우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이 강수량을 더욱 늘렸다고 바라본다.
한국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 영향으로 장마가 강해지고 있어 올해도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나온다.
12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세계적 이상 폭우 현상에 이번 달에만 수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와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월29일부터 5일까지 브라질 ‘리오그란데 도 술’ 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2만 명이 넘는 이재민과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12개월 동안 브라질에서 이 같은 이례적 홍수가 발생한 것은 4건이나 됐다.
유로뉴스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아메리카에서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호우가 여러 차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수엘리 아루호 비영리단체 네트워크 ‘기후 관측소’ 공공정책 코디네이터는 유로뉴스에 “브라질에서 발생한 비극은 좀 더 심각한 형태로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브라질 당국은 기후변화에 맞춘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례적 재난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직접 리오그란데 도 술 주를 찾아 재난 구호 현장을 지휘 감독했다.
룰라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리오그란데 도 술에서 발생한 사태의 책임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실패에 있다”며 “가난한 나라들이 부자 나라들이 저지른 오염 때문에 피해를 더 심하게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한 폭우 현상은 같은 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아프리카 국가 케냐에서도 발생했다.
케냐 정부는 4월29일부터 일주일 동안 발생한 호우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난민 3100가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는 주로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인근 일대에 집중됐다.
AP통신은 케냐도 3~5월은 우기로 통상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시기지만 이번 홍수는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양 일대 수온 변화와 기후변화가 강수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올리 케이타 그린피스 아프리카 대표 국장은 공식성명을 통해 “홍수로 무너진 집, 도로, 시민들의 삶은 모두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대가를 상기시켜 준다”며 “이 같은 이상기후들이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고 있는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케냐에서 발생한 홍수는 국제사회를 향한 경종”이라며 “이제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진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된 선진국들도 홍수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유로뉴스 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는 4월 중순부터 시작된 호우에 수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8일 기준 피해가 집중된 북프랑스에서는 사망자가 1명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 5일(현지시각) 집중호우에 침수된 미국 텍사스주 브룩스 카운티 전경. <연합뉴스> |
미국에서는 이번 달 2일(현지시각)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도 휴스턴과 인근 카운티들이 침수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구호 당국은 휴스턴 인근 해리스 카운티에서만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출했다.
닐슨 감몬 텍사스 A&M 대학 교수 겸 주 기후학자는 “미국은 국내 전체를 아우르는 기후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이는 텍사스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며 “변화하는 기후는 텍사스주에 많은 도전을 남겨두고 있고 이에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극한 호우가 강화되는 현상이 세계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지난달 발간한 ‘2023 아시아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태풍 발생 건수는 17건으로 평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강수량만은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호우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강해졌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미국, 일본 연구진과 함께 지난 60년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선성 호우가 약 17% 강해졌다는 것을 관측했다.
특히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은 지구와 비교한 결과 온실가스가 배출된 지구에서 호우 강도가 약 7% 더 강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볼 때 올해 여름 장마 기간에도 폭우가 쏟아질 공산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기상 전선에 따른 호우의 강도가 최근 반세기에 걸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