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9일(현지시각) 과학 목표 기반 탄소 감축 협의체(SBTi)가 탄소 상쇄를 인정해준다는 발표가 나온 페이지 상단 이미지. < SBTi > |
[비즈니스포스트]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 탄소감축협의체가 ‘탄소 상쇄(carbon offset)'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과학 목표 기반 탄소감축협의체(SBTi)' 내부 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탄소 상쇄가 ’큰 효과가 없다(largely ineffective)‘고 평가돼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탄소 상쇄는 정부, 기업, 개인 등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산림 조성,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등의 외부활동을 통해 탄소절감을 인정받는 해위를 말한다.
주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나 실질적 감축이 어려운 글로벌 대기업들이 하는데 관련 시장 규모만 약 20억 달러(약 2조7350억 원)에 달한다.
SBTi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와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이다.
SBTi는 내부적으로 탄소 상쇄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과학 논문과 탄소 상쇄와 관련된 각종 이권 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탄소 상쇄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BTi는 탄소 상쇄 분석 결과를 국제과학자단체 ’과학자문그룹(SAG)‘ 등 다른 탄소 감축 실적 평가 기관들에 보내 검증을 의뢰했다. 이들 기관들이 SBTi 분석 결과와 일치하는 답변을 내놓게 되면 탄소 상쇄는 신뢰성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SBTi는 지난달 이사회 단독으로 온실가스 스코프 3(공급망 내 배출)에 한해 탄소 상쇄를 인정해준다고 발표했다가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때 SBTi가 탄소 상쇄를 지지하는 베이조스어스펀드와 미국 국무부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이조스어스펀드는 SBTi의 주요 후원자이고 미국 국무부는 기후대응 분야에서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 영향을 받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케리 전 특사를 강력한 탄소 상쇄 지지자로 평가한다.
이번 탄소 상쇄 효용성 분석에 다른 기관들도 같은 평가를 내리면 SBTi 이사회 신뢰도에도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SBTi 대변인은 로이터의 사실확인요청에 “탄소 상쇄와 관련된 분석은 아직 중간 단계에 있고 완벽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다”며 “분석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공개를 할 것이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그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