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아 국제적으로 사용을 제한한 수소불화탄소(HFC)가 정부들이 허용한 것보다 많은 양이 거래됐다. 사진은 버려진 냉장고들.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적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냉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국 정부 기준치를 넘어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환경단체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과 터키 등에서 생산된 HFC가 매년 유럽 시장으로 밀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영국 비영리단체 환경조사청(EIA) 구성원들이 2년 동안 냉매 생산 업체들에 직접 잠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HFC는 냉매에 활용되는 화학물로 같은 무게의 다른 물질보다 최대 수천 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 각국은 2016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HFC 사용량을 2036년까지 2012년 대비 85% 이상 줄이는 데 합의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를 준수하기 위해 시장 내 유통 가능한 HFC에 상한을 두고 있다. 2025년에는 2011년 유통량의 60%까지 줄이고 2036년에는 15%까지 감소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핀 왈레이븐즈 EIA 선임 캠페이너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유럽 시장에서 HFC를 구하는 것은 여전히 쉽다”며 “이는 수입 업자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거래 방법을 계속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밀수를 통해 유럽 시장에 공급된 HFC 가스는 법적으로 허용된 양의 약 2~30%로 추정됐다. 업자들이 주로 들여온 경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이었다.
EIA는 HFC 수입이 제한돼 가격이 오른 탓에 밀수를 감행하는 업자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왈레이븐스 캠페이너는 “지정된 업자들이 허용된 수입 분량을 초과해 수입하는 것은 단속하기 어렵다”며 “HFC 사용을 제한한 이유는 HFC 가격 상승을 유도해 대체품 수요를 늘리기 위함인데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HFC 주 생산국인 중국에서 지난해 12월 생산 규제를 한 차례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됐다.
이안 레이 멜버른대 교수 겸 몬트리올 의정서 기술고문은 로이터를 통해 “규제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냉매 생산자가 여전히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HFC 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