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소비자·유통

KT&G 탐탁지 않은 사외이사 손동환과 동행, 판사 시절 판결 보니 '부담되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28 15:29:12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비즈니스포스트] KT&G가 탐탁지 않게 여겼던 사외이사를 품고 이사회를 운영하게 됐다.

KT&G의 새 사장 선임에 반기를 들었던 최대주주 IBK기업은행이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KT&G 탐탁지 않은 사외이사 손동환과 동행, 판사 시절 판결 보니 '부담되네'
▲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KT&G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 본사. <연합뉴스>

손 교수는 판사로만 20년가량 활동한 법조인 출신 교수인데 과거 판결들을 볼 때 KT&G가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동환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KT&G의 굵직한 의사결정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기만은 힘들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손 교수는 KT&G 이사회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 아니다. KT&G는 애초 방경만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임민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주총에서 방경만 사장이 최다 득표자가 됐고 그 뒤를 손 교수가 이으면서 임민규 이사회 의장은 자연스럽게 탈락했다. 이번 주총에는 총 3명의 이사 후보가 올라왔는데 KT&G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다득표 기준으로 상위 2명만 이사회에 합류하도록 했다.

손 교수는 KT&G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던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인물이다.

IBK기업은행은 애초 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해당 후보자는 공정거래 전문가로 다양한 소비재 사업의 법률 경험이 존재하고 경영진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회사에 조언할 수 있는 후보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진의 눈치를 보며 활동할 수밖에 없다는 제약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기존 사외이사들과 달리 이른바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는 후보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손 교수의 KT&G 이사회 합류는 민영화 이후 드물게 KT&G가 원하지 않았던 인물의 이사회 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여태껏 KT&G 사외이사가 됐던 인물들은 대부분 이사회 내 기구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사람들이었다.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움직였던 이사회에 처음으로 자신들의 인물을 넣음으로써 KT&G의 경영을 직접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손 교수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KT&G 이사회가 다양한 전략적 결정을 놓고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손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판결은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공작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판결이다.

손 교수는 2019년 12월 에버랜드 노조 와해 작업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과 에버랜드 전 전무에가 각각 징역 1년4개월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당시 판결에서 영국 작가 찰스 디킨즈의 1854년 소설 ‘어려운 시절’을 언급하며 삼성그룹 임원들을 꾸짖은 일로도 유명하다.

그는 판결문에서 “소설 속 공장주는 노동자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목적이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과 황금수저로 자라수프와 사슴고기를 먹으려는 것이라고 항상 떠벌린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이 문장은 ‘노동자들은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편견’을 드러낸 문장으로 알려져 있다.

손 교수는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풍자 대상과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의심이 든다”며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의 노조 와해 행위를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KT&G 입장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엄격한 법 집행을 추구하고 실행했던 손 교수의 성향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KT&G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IBK기업은행이 직접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손 교수의 이사회 입성은 분명 눈치가 보이는 일로 여겨진다.

손 교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담당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보험사들이 꾀병으로 몰아갔던 교통사고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을 처음으로 구제한 판사로도 유명하다.
 
KT&G 탐탁지 않은 사외이사 손동환과 동행, 판사 시절 판결 보니 '부담되네'
▲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판사 생활만 20년가량 한 판사 출신 교수로 과거 여러 이색 판결을 남겼다.

손 교수는 2005년 11월 버스 안에서 급정차 사고를 당한 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람이 관련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는 당시 “특정 질환의 발생 원인을 현재 과학 수준으로 명확히 해명할 수 없는데도 피해자에게 증명을 요구하면 법적 구제가 어려워진다”며 “사고로 충격을 입은 뒤 1개월 이내에 이 증후군이 나타났으므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보험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며 피고가 원고에게 2억4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 역시 기업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손 교수가 2005년 낸 이 판결은 이후 관련 판례로 자리잡았다. 

손 교수는 물론 휴머니스트로서 면모도 갖추고 있다.

손 교수는 2009년 울산지방법원 근무 시절 한 식당에서 국밥 1그릇과 소주 1병 마신 뒤 주인에게 돈 없다며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소란을 피워 기소된 인물의 판결에서 실형 대신 벌금형을 내렸다.

손 교수는 당시 “형의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유치장에 넣어달라는 터무니없는 요청을 하다 경찰을 폭행했다”며 “(청송교도소) 출감 후 사회에서 그를 맞아줄 부모나 형제, 최소 일요일 오후 시간 그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저녁 한 끼를 사줄 친구가 있었더라면 과연 피고인이 이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되었을까”라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손 교수는 “실형을 신고하기 보다는 아직도 이 사회가 피고인이 건강한 시민으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 생활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것이 피고인을 교화하는 보다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당시 ‘법원이 온정을 베풀었다’ ‘법에도 따뜻한 눈물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색 판결로 주목받았다. 남희헌 기자

인기기사

화웨이 포함 중국 반도체 'HBM 연합' 구축, SK하이닉스·삼성전자 대안 찾는다 김용원 기자
'틱톡 강제매각'이 메타와 구글에 반사이익 전망, 광고매출 최대 절반 뺏는다 김용원 기자
롯데월드타워·몰 '포켓몬타운'으로 변신, '피카츄 아트벌룬'에 '퍼레이드'까지 남희헌 기자
SK온 수석부회장 최재원 '캐즘 극복' 주문, “대여섯 마리 토끼 동시에 잡아야" 류근영 기자
[한국갤럽] 윤석열 지지율 24%, 금투세 ‘찬성’ 44% ‘반대’ 38% 김대철 기자
일본 라피더스 2나노 파운드리에 자신감, AI 반도체 '틈새시장' 집중 공략 김용원 기자
시프트업 콘솔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대박 조짐, 하반기 기업공개 '청신호' 조충희 기자
유아인 리스크 ‘종말의 바보’ VS 정종연 없는 ‘여고추리반3’, 넷플릭스 티빙 조마조마 윤인선 기자
일본정부 네이버의 라인 경영권 배제 압박, 소프트뱅크 손정의 계략인가 조충희 기자
하이브 '어도어 경영권 탈취' 정황 증거 확보, 민희진 포함 경영진 고발 장은파 기자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