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 현장에 설치된 '생성형 인공지능의 힘'이라고 적힌 간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빅테크 기업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공지능(AI)이 도리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환경단체 ‘지구의 벗(FOE)’을 인용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쿠 지구의 벗 기후 관련 허위정보 대응 프로그램 디렉터는 “인공지능이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계속 듣고 있는데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며 “사람들은 이것들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알게 된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의 벗은 지난해 11월 구글이 내놓은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글은 당시 인공지능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삼림 벌채 감시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10%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의 벗 연구진은 “구글이 제시한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선 세계 각지에 설치된 데이터센터를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80% 증가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1월부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일부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또 향후 3년 내로 스웨덴의 국가사용량보다 세계 데이터센터들이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 디렉터는 “인공지능의 존재가 전력 사용량을 줄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현재 나와 있는 모든 정황 증거가 인공지능이 앞으로 계속 전력 사용량을 늘릴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로 소모를 조금 줄이더라도 인공지능 자체를 위해 전력 사용량을 대폭 늘리면 그다지 효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의 벗은 또 인공지능이 유포하는 허위 정보가 기후변화를 향한 잘못된 인식을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 디렉터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정보 생태계를 무너뜨렸다”며 “인공지능은 손쉽게 만들어낸 많은 허위정보를 이용해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잘못된 지식을 퍼뜨리는 것에 특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