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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까지 영역 확장하는 알리, ‘게임체인저’ 될까 ‘찻잔 속 태풍’ 그칠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2-26 15: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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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까지 영역 확장하는 알리, ‘게임체인저’ 될까 ‘찻잔 속 태풍’ 그칠까
▲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주요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배우 마동석씨가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상업광고.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포스트]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지형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쿠팡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에게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주도권이 중국 업체에 넘어갈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공략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초저가 공산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중국판 다이소’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알리익스프레스가 진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영토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26일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쿠팡의 뒤를 이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놓고 시각이 갈린다.

이용자 수만 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국내 2위 플랫폼 등극이 거의 확실시된다. 쿠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G마켓과 SSG닷컴의 합산 이용자 수를 바짝 추격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사세 확장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상품 전용관 ‘K베뉴’가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유명 브랜드 제조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판매자 수수료 0%’ 정책까지 도입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LG생활건강과 한국P&G 등 일부 제조사만 K베뉴에 들어가 있었지만 현재는 롯데칠성음료와 애경, 쿠쿠전자 등도 입점했다. 동원참치 제조사인 동원F&B와 풀무원, 삼양식품 등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K베뉴에 힘을 주는 이유는 그동안 판매 상품의 낮은 품질과 가품 논란 등 약점으로 지적 당했던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면 약점으로 꼽혔던 플랫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세 확장의 방향성이 전방위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신선식품 사업을 펼칠 준비도 하고 있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여러 구인구직 플랫폼을 통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신선식품 경력직원을 뽑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가구와 가전 제품을 일주일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한 분야에 특화한 버티컬커머스들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알리익스프레스가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뒤흔드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데 한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이런 움직임들이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사업을 본격화한다며 첫 발을 뗐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알리가 되겠냐’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위협적이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신뢰할 만한 브랜드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다”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국내 이커머스 업체 모두 알리익스프레스의 빠른 확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며 “알리익스프레스가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을 위협할 만한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공세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면 곧 알리익스프레스 경쟁력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고도 본다”며 “중국산 초저가 제품들을 제외하면 십수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며 단련해온 국내 토종 이커머스들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알리익스프레스가 내세우는 수천만 가지의 상품 구성을 보면 자극이 되는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대체할 만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를 놓고 보면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사용자를 대거 끌어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들 덕분이었다. 국내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며 시장에 침투해 성과를 냈다는 뜻이다.

예컨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최소 3만 원대에 팔리는 휴대폰·이어폰 동시 충전기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2천~3천 원대에도 살 수 있다. 1만 원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는 청바지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천 원대에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이자 동시에 약점이었다. 싼 만큼 품질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능을 기대하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소비하는 현명한 습관이라는 얘기가 나온 배경들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구매 후기들을 살펴봐도 ‘한두번 쓰고 버리는 용도라면 쓸만 하다’와 같은 평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만1천 원짜리 전동드릴과 드라이버 세트를 구매한 사람의 후기를 읽어보면 ‘힘이 약해 드릴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황당한 얘기가 있을 정도다.
 
신선식품까지 영역 확장하는 알리, ‘게임체인저’ 될까 ‘찻잔 속 태풍’ 그칠까
▲ 알리익스프레스에 들어가보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가격대의 상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이 저렴한 만큼 품질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매우 많다. <알리익스프레스 화면 갈무리>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K베뉴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자 수수료 0% 정책은 셀러를 유치하고자 하는 플랫폼들이라면 누구나 여러 차례 해봤던 정책이다”며 “이커머스 업체들과 제조사들의 관계를 고려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수수료를 안 받는다고 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 제조사들이 만약 국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알리익스프레스에 상품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후폭풍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해당 제조사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제조사의 수익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에만 싼 가격에 제품을 넘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K베뉴를 살펴보면 국내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과 G마켓, 11번가 등과 비교해 가격이 싼 제품보다는 비싼 제품을 많이 찾을 수 있다.

K베뉴를 론칭한 지 몇 달이 지났고 최근에는 홍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상당수 제품의 누적 판매량이 수십 건에 그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브랜드 제조사들의 입장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국내 유명 브랜드 제조사의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단순하게 말하자면 중국판 다이소에 불과하다”며 “1천 원짜리 중국산 공상품과 생활용품을 가지고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에서 이름 알리기엔 성공했지만 추가 투자를 적극적으로 일으키지 않으면 더 이상 시장 잠식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여러 제조사가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추진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만 봤을 때 단순히 유통 채널이 많아지는 것은 득이 되기 때문이다”며 “우리 역시 여러 유통 채널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주목받는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입점을 추진한 것이지 이 플랫폼의 미래를 낙관해서는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이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은 210조 원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제공하는 중국 직구 총액은 2023년 기준으로 3조3천억 원인데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무신사나 컬리와 같은 플랫폼들이 급성장할 때 이들이 다른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주요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알리익스프레스 열풍이 상당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소비자들도 기존 국내 주요 플랫폼의 경쟁력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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