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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전문경영인 체제' 장점 재조명,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1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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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전문경영인 체제' 장점 재조명,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비
▲ 2022년 12월6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TSMC 신규 반도체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웨이저자 TSMC CE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류더인 TSMC 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회장이 교체된다.

약 10년 전부터 TSMC 경영을 맡고 있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6월부터 류더인 회장을 뒤이어 회장직을 맡는다. 

TSMC는 수십 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을 모두 주도하도록 한다. 이는 오너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대비된다.

24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TSMC의 웨이저자 CEO는 2024년 6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구성되는 새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뒤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웨이저자 회장 내정자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한 뒤 TSMC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CEO를 거쳐 회장까지 오르게 됐다. TSMC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셈이다.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대만 사무소 회장 제임스 황은 로이터를 통해 “(TSMC가) 내부 인재를 양성하고 리더십을 배양하는 과정은 종합적이고 정교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TSMC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사회를 통해 선임된 전문경영자가 강력한 권한으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한 뒤 시행하고 대규모 투자 및 해외 기업과 협력, 각국 정부와 소통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TSMC 창업자인 장중머우가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실상 오너경영자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꾸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결정한 점은 전문경영인 및 이사회가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장중머우 창업자는 지난해 미국 씽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를 통해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면 대만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애리조나 공장 건설은 류더인 회장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현직 전문경영자인 류더인 회장이 창업자의 반대 의견에도 해외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확실한 권한을 쥐고 있었다는 의미다. 
 
대만 TSMC '전문경영인 체제' 장점 재조명,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12월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방문 동행을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정치권에서도 TSMC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가 대만 이외 국가에 설립되면 중국의 무력침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핵심 기술과 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더인 회장을 비롯한 TSMC 전문경영인은 이러한 정치적 '외풍'에도 결국 미국 투자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만큼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오너경영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재벌기업 특성상 정치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과 차이를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대규모 시설 투자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경영자의 의지가 더 뚜렷하게 반영되는 사례가 많다.

한국 반도체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 및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오너경영자의 권한과 비교하면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영체제는 TSMC처럼 반도체 분야에 오랜 전문성과 경험을 쌓은 전문경영인이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것과 비교해 단점을 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속수감되는 등 ‘오너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그룹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반도체 투자 등 의사결정이 한동안 지연됐던 적이 있다.

또한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정부 정책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해 사업적 측면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TSMC와 같이 전문경영인의 오랜 임기를 보장하고 권한을 확대해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다만 한국 재벌기업의 오너 중심 경영체계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정부와 더 원활한 소통으로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추지 못한 장점을 안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에 동행해 국가 차원의 반도체 협력을 약속하고 현지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 협업 계획을 논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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