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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화자산운용 은기환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에서 투자 기회 열려”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11-16 15: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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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화자산운용 은기환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에서 투자 기회 열려”
▲ 7일 서울 영등포구 한화금융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본부 차장. 은 차장은 한화자산운용의 기후변화 대응 펀드인 '한화그린히어로펀드'의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사회의 기후변화협약 관련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회의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COP28은 195개 모든 당사국에 구속력 있는 첫 기후합의인 파리협정의 이행정도를 처음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기관들이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상한선인 ‘1.5도’가 머지 않아 깨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탓에 올해 COP28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전 세계 모든 기업에도 워터리스크 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폭넓은 책임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이견의 여지가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투자 기준으로 보고 있다. 국내 10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9곳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업과 관련한 펀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7일 서울 영등포구 한화금융센터에서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본부 차장을 만나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투자업계의 동향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은 차장은 2020년부터 기후위험 완화사업과 기후위기 적응산업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한화자산운용 ‘한화그린히어로펀드’의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다.

한화그린히어로펀드의 최신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10월15일까지 이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581억700만 원이다. 

11월10일 기준으로 한화그린히어로펀드의 산업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전력망이 29.6%로 가장 많다. 전기자동차가 24.0%, 태양광 17.6%, 배터리 14.1%, 풍력 5.6%, 수소 3.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산업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의 실제 재무적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올해 지속가능성 공시의 첫 번째 기준서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향후 기업들은 기후 관련 공시(IFRS S2) 사항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 이후부터 이 의무를 질 것으로 보인다.

은 차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되면 그것을 탄소 가격에 따라 돈으로 환산돼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실제 기업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 기업에 투자하는 데 아직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제대로 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아서다.

은 차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자에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는 아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투자 쪽에서 확실히 인지되려면 두 가지 조건, 즉 정확한 배출량 정보가 확보돼야 하고 그 배출량만큼 정당한 탄소 가격이 기업에 부과돼야 하는데 두 번째 조건이 (한국에선)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공시 기준에서도 연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략은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배출권 거래제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며 탄소 가격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업체들이 남는 국가에서 받은 탄소 배출권 즉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남겨 다른 업체들에 파는 식으로 수백억 원대 수익을 올리면서 ‘배출권 장사’는 비난을 받을 정도다. 

은 차장은 “예를 들어 5년 안에 탄소 가격이 기업에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10년 뒤를 바라보고 그 기업에 투자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장의 다수는 제대로 된 탄소 가격이 기업에 언제 매겨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게 여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와 에쓰오일에 관해서는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평가를 내놨다.

은 차장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는 고로를 새로 짓지는 않고 있다”며 “에쓰오일은 이와 반대로 대규모 석유화학설비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원을 추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더 어려워지고 이는 국가 차원에서 매우 큰 부담”이라며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설비를 지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은 차장은 에너지 생산에서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즉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고 여기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한화자산운용 은기환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에서 투자 기회 열려”
▲ 은 차장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고 여기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에너지 분야가 86.9%를 차지했다. 

은 차장은 “에너지 전환은 결국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태양광, 풍력, 배터리, 수소 등이 모두 포함되며 여기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인프라 등이 파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전환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결국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간다는 방향 아래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보면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다고 은 차장은 분석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결과 나타나는 물 부족, 워터리스크도 기업 투자에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제조공정에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은 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터리스크를 제시하며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할 때 용수관리 역량을 먼저 고려하기로 했다.

운용 금액이 94억 달러(약 12조3천억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펀드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기후·환경 펀드’는 워터리스크를 이유로 TSMC를 투자 대상에서 빼기도 했다.

은 차장은 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물 부족이라는 리스크를 이유로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와 같은 기업의 투자를 중단하기에는 현재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반도체 투자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격”이라며 “다른 반도체 기업이 아닌 TSMC에 물 부족을 이유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인류 문명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 식량, 에너지, 반도체라고 본다”며 “이 네 요소는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반도체가 없으면 나머지 요소들도 존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화 시설이나 담수화 플랜트를 통해 깨끗한 물을 얻을 때도, 농업을 통해 식량을 생산하고 에너지로 발전하는 데도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 차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물 재사용률이 90%에 육박하는 점, 대만에 이어 미국, 일본 등으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점 등은 TSMC가 워터리스크를 낮추거나 분산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다만 은 차장은 물 부족에 따른 워터리스크의 중요성은 공감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수력발전에 영향을 줘 기업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를 언급했다.
 
[인터뷰] 한화자산운용 은기환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에서 투자 기회 열려”
▲ 지난해 9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메말라 버린 양쯔강 모습. < Flickr >
지난해 중국 양쯔강은 관측이 시작된 18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이에 쓰촨성에 위치한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싼샤댐이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싼샤댐 가뭄은 재생에너지 공급망에 직접 타격을 줬다.

은 차장은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통웨이는 쓰촨성 공장의 수력발전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이에 폴리실리콘 가격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재생에너지를 보면 물론 태양광과 풍력이 향후 커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수력발전의 역할이 크다”며 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수력발전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도 이런 문제가 언제나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16년째 '수익' 중심의 투자업계에서 일한 펀드매니저로서 은 차장은 어떤 계기로 기후 관련 펀드를 만들게 됐을까.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1.5도 특별보고서’를 보고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꼈다"는 은 차장은 "6개월이나 1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평생을 투자해도 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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