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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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전자도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100’ 국제 캠페인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RE100 참여는 수출 위주인 국내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RE100’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삼성그룹 전체가 RE100을 포함한 기후 목표를 발표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발표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RE100 국제 캠페인은 2014년부터 시작됐으나 초반에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최근 소비자 및 투자자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가 커지며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애플, 구글, 메타, TSMC 등 363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까지 RE100에 가입한다면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LG그룹 등 국내 5대 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RE100 참여를 망설여왔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산업 특성상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미세공정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 증가가 불가피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이 배출한 탄소량은 2015년 216만3천 톤에서 2020년 544만8천 톤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업들이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태양광(4.12%)과 풍력(0.55%)의 발전 비중은 전체 전력 생산의 4.7%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주요국 재생에너지 비중 평균인 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재생에너지 총량은 2020년 기준 삼성전자 DS부문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8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8개 기업이 국내외에서 2020년에 사용한 전력량은 84.9테라와트시(TWh)"라며 "2020년 기준 한국의 풍력, 태양광 발전량은 21.5TWh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금보다 4배 이상 증가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을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애플과 같은 주요 거래업체가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 있는 애플 협력업체 8곳은 2021년 청정에너지만 사용해 부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와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반도체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삼성전자가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2030년 매출이 전망치 대비 약 23조700억 원 줄어들 것”이러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20~25%로 수정했다.
물론 이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치인 30%보다 낮지만 윤석열 정부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그에 대응해 정책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도 있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해 합당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RE100 참여기업에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 보고·감축 의무를 제외하거나 전기 요금에서 기후 환경 요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