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크라운호텔을 인수해 인근 한남뉴타운 일대를 ‘디에이치타운’으로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을 모두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크라운호텔 자리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한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향후 수주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5일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크라운호텔 인수 우선협상자인 현대건설-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컨소시엄은 크라운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크라운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세운다면 분양 흥행은 보증돼 있다는 시선이 많다.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가 기본적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데다 인근에 한남뉴타운 재개발, 유엔군사령부 부지 개발사업 등이 예정돼 있어 주거시설의 가치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크라운호텔 부지는 5개 필지로 구성된 7011㎡ 규모인데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2천억 원 수준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라운호텔 부지의 가치가 매우 높아 리모델링을 통한 호텔 운영보다는 고급 주거시설을 지어 분양이나 임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인근의 대표적 고급 주거단지인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 수준의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윤 사장이 크라운호텔 부지에 디에이치를 적용한 고급 주거시설을 세운다면 향후 한남뉴타운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크라운호텔 부지는 한남1구역 재개발지역과 맞닿아있어 한남뉴타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한남뉴타운의 서쪽 끝인 크라운호텔 부지와 동쪽 끝인 한남3구역에 모두 디에이치단지가 들어선다면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남2, 4, 5구역 재개발조합원들도 단일 브랜드 대단지로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해 재개발 단지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뒤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 4, 5구역 재개발사업도 모두 따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윤 사장은 한남3구역 조합원이 돼 재개발사업을 수주했을 정도로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윤 사장이 남은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을 싹쓸이한다면 국내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지역인 한남동 일대에 1만2천 세대 규모의 디에이치타운이 들어서게 된다.
윤 사장은 올해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부터 뛰어들며 디에이치타운 조성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2구역은 1537세대 규모로 남아있는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 가운데 사업 진행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이다.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 직전단계인 건축계획안이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가 나온 뒤 진행된다.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 신청부터 인가가 나오기까지 6개월가량이 걸린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남2구역이 올해 상반기 안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본격적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
현대건설은 크라운호텔 부지를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은 우선협상자 선정 단계로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개발 내용과 관련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1월 안에 크라운호텔 인수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부동산개발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