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항공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취항하는 노선 가격이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는 노선보다 비싼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서울~워싱턴 노선과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는 서울~뉴욕 노선은 거리나 소요시간이 거의 비슷하지만 워싱턴 노선의 요금이 40% 가까이 비싸다.
소비자들은 서울에서 워싱턴과 뉴욕 노선의 비행거리는 각각 1만1197km와 1만1114km로 83k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독점에 따른 문제로 바라본다.
항공사의 노선 독점과 운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서울과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 꼽히기도 한다.
대한항공은 1991년 한국과 몽골이 맺은 항공협정에 따라 서울~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장기간 독점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서울~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임은 비수기 60만 원, 성수기 100만 원 가량으로 운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항공협정이 개정되면서 2019년 2월 아시아나항공도 서울~울란바토르 노선을 운영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9월 30만 원대 항공권을 내놓으면서 서울~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임은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또한 대한항공이 최근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추가요금을 받기로 한 점도 요금 인상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부터 국제선 항공편에서 다리를 뻗을 공간이 넓은 비상구 좌석과 일반석 맨 앞좌석을 예약하는 고객에게 2~15만 원 가량의 추가요금을 받는다고 7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소비자들은 추가요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요금 인상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노선 효율화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인데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게 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완료하기 전에 비상구 좌석에서 요금을 받는 것을 보고 소비자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경쟁이 사라진 독과점시장에서는 굳이 기업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펼칠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요금 인상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지 않고 다른 회사에 매각해 경쟁관계를 유지했다면 대한항공이 이처럼 쉽게 요금 인상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며 “통합 거대 항공사가 출범하면 비수익 노선을 폐지하는 등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가격 인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상구 좌석을 유료화 한 것은 인수합병과 무관하게 1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며 “그동안 지속해서 밝힌 것처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