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기로 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등에 업고 항공권 가격 등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룰메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으로 진에어가 등록한 항공기는 28대, 에어부산이 보유한 항공기는 25대, 에어서울이 소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7대로 파악된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통합으로 탄생하는 저비용항공사가 보유하는 항공기 보유대수는 모두 60대로 제주항공(44대), 티웨이항공(27대) 등을 넘어서게 된다.
이런 규모는 아시아지역에서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진에어의 단거리 노선 집중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중복된 노선을 정리하면서 미주와 유럽노선에 집중한다면 단거리 노선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진에어의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통합으로 항공사 수가 감소하면서 경쟁은 줄어들고 진에어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시선을 내보이고 있다.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가격을 급격하게 높이 책정한다는 의미보다는 경쟁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빈번하게 이뤄져 왔던 큰 규모의 항공권 할인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는 노선의 운임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노선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사례가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항공사들의 경쟁으로 합리적 가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진에어를 비롯한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가 국내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대를 넘어서게 되는 만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저비용항공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만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행정당국으로서는 독보적 위치의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함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